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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선생님은 서럽다 ③] “다시 강단에서 ‘인간다움’ 가르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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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구대분회 작성일20-11-05 00:08 조회6,98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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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강단에서 ‘인간다움’ 가르치고 싶다”…어느 인문학 강사의 외침


기사입력 2016-05-13 10:01
   
           

  -‘가르침’을 박탈 당한 대학 강사

-대학구조조정 희생양 된 안타까운 사연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평소엔 인터뷰나 취재 요청이 별로 없었는데 스승의 날이 다가오니 교육지는 물론 경제지까지 저를 찾네요.”

지난 12일 경희대 캠퍼스 청운관 앞 벤치에서 만난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강사 채효정(47ㆍ사진) 씨의 말 끝엔 서러움이 묻어났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함께 인문학을 가르치던 그를 포함한 강사 67명은 행정실에서 일괄적으로 발송한 메일을 받았다. ‘강의 비개설’에 대한 안내였다. 사실상 해고 통보였다. 지난 반년 간 무심했던 언론이 ‘스승의 날’이라며 새삼 마이크를 들이미는 것에 그래서 서운한 듯 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이날 경희대 학생들은 캠퍼스에서 후마니타스칼리지의 장례식을 치렀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해고된 스승들을 그냥 둘 수 없다며 마련한 자리였다. 멀리서 지켜만 보려던 채 씨는 결국 보고만 있을 수 없어 함께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동료 강사 66명과 함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채효정 씨는 “이번 해고는 대학 구조조정이라는 거대한 움직임이 연구자의 삶의 자리를 도려내는 과정에서 드러난 케이스”라며 “역사적 증인으로서 권리를 지키려고 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복직 투쟁을 계속 해 나가겠다”고 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는 지난 2011년 출범할 때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대학이 ‘취업 학원’으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한탄이 나오던 때 경희대가 앞장서 ‘인간다움’을 뜻하는 ‘후마니타스(humanitas)’라는 이름으로 전인격적인 교양교육을 지향하는 시도를 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채 씨가 후마니타스칼리지에 들어와 강의 ‘예술과 정치’에서 학생들에게 처음 내준 과제는 ‘아름다운 똥을 찾아오세요’였다. 똥과 아름다움이라는 모순이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지 몸소 체험해 보라는 의미였다. 그는 “어떤 학생은 코끼리 똥으로 만든 책을 가져왔고 한 미대생은 조소를 하는 과정에서 나온 불똥을 가져오기도 했다”며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어떤 과정을 통해 배움에 이르는가를 스스로 깨닫도록 하는 것이 후마니타스칼리지의 철학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시도가 사회 전반에 공명을 일으키는 혁신이자 인문학적 도전이라는 자부심이 캠퍼스에 흘러넘쳤다. “어떤 학생들은 ‘후마니타스칼리지 보고 경희대에 진학했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그는 회상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동료 강사 66명과 함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채효정 씨는 “이번 해고는 대학 구조조정이라는 거대한 움직임이 연구자의 삶의 자리를 도려내는 과정에서 드러난 케이스”라며 “역사적 증인으로서 권리를 지키려고 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복직 투쟁을 계속 해 나가겠다”고 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인문학을 통해 대학 사회를 바로 세우겠다던 경희대가 태도를 돌변한 데 대해 채 씨는 “정부가 주도한 대학 구조조정 사업이 그 배경에 도사리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교육부가 대학인문역량 강화사업(CORE)과 산업연계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PRIME)을 시작하면서 비용 대비 가시적 성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는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양과목들이 계속 축소 대상이 됐다. 출범 당시 600여개였던 강좌 수는 사업 이후 본격적으로 줄어들었다.

청년실업의 가장 큰 희생자가 인문대생인 것으로 드러나자 정부는 문과대 정원을 줄이고 빈 자리를 이공계 정원으로 채우자며 대학들에게 인문대를 중심으로 학과 통폐합을 진행할 것을 압박했기 때문이다.

대학 구조조정이 제일 처음 먹이로 삼는 것은 인문학 강사다. 채 씨는 “현대사회에서 돈벌이를 할 수 있느냐가 사회적 발언력을 좌우하는데 인문학은 그 점에서 취약하다”고 했다.

채 씨는 대학에 기업과 소비자 마인드가 자리잡는 순간 교육은 사라진다는 점을 똑똑히 목격했다고 한다. 그는 “떄로는 학생들도 ‘나에게 쓸모 있는 것, 취업에 도움이 되는 걸 내놓아라’라고 말하는 눈빛으로 교수를 바라본다”고 안타까워했다.

궁극적으로 대학 구조조정의 피해를 입는 것은 학생들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국문과 학생 한명이 글쓰는 것을 좋아해서 국문과에 들어왔는데 학교에서 하는 진로 상담회를 가면 어떻게 편입하고 전과하라는 얘기만 해서 상처를 받았다”고 채 씨는 전했다. 


korean.gu@heraldcorp.com 



2016.05.1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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