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와 소식

언론 보도 > 정보와 소식 > 홈

언론 보도
언론 보도 게시판입니다.

언론 보도

[오마이뉴스] '보따리장수' 사라진다고?

페이지 정보

작성자 대구대분회 작성일20-11-03 10:20 조회4,779회 댓글0건

본문

'보따리장수' 사라진다고? 교과부에 속았다  

[보따리강사 이야기 36] 국무회의 통과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 문제 많아  

오마이뉴스 박주현

"대학 시간강사 사라진다"
"시간강사 명칭 사라진다"
"대학가에서 '보따리장수' 없어진다"

'3월 22일 석간부터 보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란 문패와 함께 22일 오전부터 각 언론사에 뿌려진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의 보도자료 약발이 제대로 먹혔다. '시간강사, 교원으로 인정받는다'란 보도자료 제목과 흡사한 제목들이 지면과 영상을 획일적으로 가득 채웠다.  

한발 더 나아가 "'보따리장수'가 대학가에서 사라지게 됐다"며 흥분하는 제목과 기사 내용도 눈에 띈다. 그도 그럴 것이 교과부의 보도자료 제목과 내용을 보면 기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할만도 하다. 그동안 무기력한 정부대응에 갈증을 느끼게 했던 대학 현안인데다 선정적인 표현과 문구들로 가득 차 있다.  

23일자 대부분의 일간신문은 "대학에서 '보따리장수' 또는 '상아탑 유령'이란 소릴 들으며 '교원 아닌 교수'란 서러움을 겪어온 7만 명이 넘는 전국 대학의 시간강사들이 이제는 그 설움을 씻게 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영향력'과 '판매량' 등에서 우위를 자랑하는 보수언론사들일수록 정부가 내놓은 이번 자료를 더욱 신뢰하는 눈치다. 잔뜩 정부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의도는 제목에서부터 묻어난다.

본말 전도된 '시간강사 개선대책', 언론만 박수치고 흥분하고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현장의 반응이다. 본말이 전도된 정부의 대응에 언론만 박수치고 흥분한 형국이다. 언론이 '필경사', '앵무새' 또는 '확성기'란 소릴 왜 듣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게 해준 셈이 됐다.    

우선 교과부가 이날 내놓은 자료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간 불안정한 고용환경과 낮은 처우를 받아왔던 대학의 시간 강사가 '교원'으로서 지위를 인정받고, 신분보장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는 첫문장부터 '보도자료'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자신 없어 보인다. 말미가 흐릿한 게 정부가 내놓은 대 언론 자료라고 보기엔 궁색하기 짝이 없다.

이처럼 시작은 자신 없어 보이지만 모든 대학의 시간강사들이 '교원'으로 하루아침에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처럼 대부분 내용에서 진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정부안을 이날 열린 제12회 국무회의에서 확정했다"는 게 유일한 '팩트'다.

보도자료는 ▲ 대학교원으로서 '강사'제도 도입 ▲ 강사 임용의 공정성 및 고용안정성 확보 ▲ 강사의 신분보장 범위 확대 ▲ 시간강사 강의료 인상 ▲ 연구비 지원 사업 실시 및 건강보험 가입 등에 초점을 두었다. 그동안 논란의 중심에 섰던 시간강사 문제들을 일정부분 담았다는 점에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국내 각 대학의 전임강사 이상의 교수(7만7000여 명)와 숫자가 비슷할 뿐 아니라 전체 대학 강의의 3분의 1 이상을 전담하고 있음에도, 법률에서 '교원 외'로 분류돼 6개월(학기단위)로 채용되는 등 극심한 고용불안과 열악한 경제적 여건에 시달려온 7만7000여 명의 전국 대학 시간강사들에게는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시간강사', '시급강사'로 전환...'교원-비전임교원 종속화' 고착 상존

그러나 아직도 핵심을 잘못 파악하거나 과대 포장한 점이 많다. 가장 핵심이라고 할 '교원으로서 강사제도 도입'에 관한 정부의 '고등교육법개정안'이 모호하다. 교과부가 이날 내놓은 고등교육법개정안 제14조의2(강사) 1항에는 "학교에는 제14조 제2항의 구분에 따른 교원 외에 교원으로서 강사를 둔다"고 새로 명시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교원 외에 교원으로서 강사를 둔다'고 한 점이다. 교원과 비전임 교원 사이에 또 다른 애매한 계층을 대학 내에 두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또 '제14조제 2항 및 제14조의2 제1항의 교원 외에 겸임교원 및 명예교수 등을 두어 교육 또는 연구를 담당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대부분 대학들은 시간강사를 구제한다며 오히려 시간강사를 겸임교수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비전임교원 양성과 교원-비전임교원 사이의 갈등, 종속화 고착 문제는 고스란히 남겨 두고 있다.          

게다가 교과부가 이번 법률 개정안과 함께 내놓은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위한 추진 계획안 중에는 여전히 강사를 시급으로 묶어 기존 전임교원과는 또 다른 차이를 두게 하고 있다. 교과부는 "2011년 국립대 시간강사의 시간당 강의료 단가 인상을 위해 805억을 확보, 평균 단가를 2010년 4만2500원에서 2011년 6만 원으로 인상했다"고 했다.

이는 여전히 시간강사는 시급강사임을 전제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전업 시간강사는 6만 원, 비전업 시간강사는 3만 원으로 강의 시간당 강의료를 차등 적용하겠다는 발상은 말이 시간강사를 강사로 전환할 뿐 실제론 '시급강사'란 새로운 명칭을 만들어 놓은 결과를 낳게 됐다.

시간강사 개선대책이 모처럼 정부에 의해 제시되긴 했지만 수십 년간 한국 대학사회를 무겁게 짓눌러 온 음습한 화두라는 점에서 기대와는 달리 실망이 크다. 특히 비정규교수 문제에 접근하려면 아직 멀고도 멀었다는 지적이 높다. 오히려 기만적인 대책이라며 철회할 것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비정규교수노조 "시급교원제도, 방사능 오염 못지않게 부정적"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위원장 임순광)은 22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시간강사 교원 지위 부여 관련 정부안에 대한 노조의 입장'이란 제목과 함께 "정부는 기만적 개정안을 철회하고 내실 있는 교원 법적 지위를 부여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 조목조목 비판했다.

비정규교수노조는 "정부의 이번 개정안은 국공립대 전업강사 일부에게만 약간의 떡고물을 던져주면서 '무늬만 교원이면서 반쪽짜리 기능을 전담하는 시급 교원제도를 고착화'하려는 시도"라고 일축했다. 노조는 이어 "시급 교원제도는 방사능 오염 못지않게 우리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학문의 자주성과 전문성 파괴, 교원들의 생활 불안정화, 교권의 실추, 교육·연구 환경 악화 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가 기만적인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지 않거나 국회에서 내실 있는 교원 지위 부여를 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교수, 학생, 학부모, 노동단체들과 함께 강력한 대정부 규탄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우리가 지난 10여 년간 '대학시간강사를 포함한 비정규 교수를 법적 교원으로 인정하라'는 요구를 해 온 이유는, '대학에서 연구와 교육 활동은 교원이 해야 하고 그 교원의 지위와 물적 급부 및 권리 보장은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대안도 제시했다. 비정규교수노조는 성명에서 "가장 좋은 방안은 먼저 OECD 평균 수준에 맞게 교수 1인당 학생 수(OECD 평균은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15명 수준인데 한국은 25명을 훌쩍 넘김)를 줄이는 것"이라며 "그러려면 지금보다 7만 5천 명 내외인 정규 교원(고등교육법14조2항에 규정된 교원)보다 더 많은 수의 전임교원을 당장 뽑아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들은 또 "초빙교수와 겸임교수는 법적으로 교원이 아니므로 전임교원 충원율에 포함되면 안 된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대학교육정상화투쟁본부 "기만적인 고등교육법개정안 반대..."

이밖에 "대학강사는 헌법의 교원주의 법정주의에 따라 1939년부터 원래 교원이었다. 그러나 1977년 유신독재의 우민정책에 따라 강사의 교원신분을 박탈당했다. 강사가 연구 강의하고 학생을 지도하는 교원신분은 강사의 교육권, 학생의 학습권, 학부모의 교육권을 보장하여 대학교육을 정상화하고 지식 한국사회의 미래를 여는데 반드시 필요하다"며 2007년 9월 7일부터 국회 앞에서 텐트 농성을 하고 있는 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투쟁본부(본부장 김동애)도 이번 정부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투쟁본부는 "무엇이 선진화란 말인가, 국무회의를 통과하는 기만적인 고등교육법개정안 반대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2011년 사회통합위원회(사통위)-교과부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안은 강사에게 교원지위를 주고 대학설립 규정안에서 시급강사 20%를 법정교수로 치겠다고 한다"며 "정부가 제정신이 있는 사람들인가. 정규직교수 100%를 뽑도록 해야 대학교육이 정상화되지, 사립대학을 배불리기 위해 법정교수를 시급강사로 채워도 된다는 이 망국적 발상을 '선진화'라고 한다"고 비난했다.

시간강사제 폐지를 내걸고 무려 1200일 넘게 시위를 벌이고 있는 투쟁본부는 "법정교수(교수, 부교수, 조교수, 전임강사) 20% 비정규화를 규정한 대학설치운영규정 6조를 폐기하고 법정교수 100% 충원대책을 세울 것"을 거듭 주장했다.

이와 관련, 현재 국회에는 민주당 김진표 의원,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등이 발의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 가운데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이날 '정부 시간강사 대책은 '비정규직 고착화 법안''이란 성명을 통해 정부의 이번 대책안은 "강사 불안정 지위 제도적 고착화" 또는 "1년짜리 비정규직 양성 방안으로 악용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권영길 "정부안, 기형적인 고등교육 구조를 고착화...비정규직 확대 방안"

권영길 의원은 "시간강사 문제 해결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던 국민의 바람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정부안은 기형적인 고등교육 구조를 고착화 시키는 것이며, 비정규직 확대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시간강사는 교원이되 교원 이외의 교원이며, 교원으로 인정되지 않는 교원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언어도단이며 왜곡의 고착화"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정부안은 '1년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강사를 임용'하라고 규정했는데, 이는 시간강사를 강사로 이름만 바꾸어 1년짜리 비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을 용인하는 꼴"이라면서 "시간강사들은 매년 강의 재계약으로 인해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릴 것이며, 고용의 칼자루를 쥔 학교측의 부당한 요구와 횡포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권 의원은 비정규교수 노조가 주장한 바와 같이 전임교원 절대부족 문제도 지적했다. "우리 대학들의 전임교원은 법정정원 대비 2만2천 명이 부족하다. 국공립 교원만 4391명이 부족하며, 막대한 적립금을 쌓아둔 사립대학의 경우도 1만8천여 명이 부족하다"며 "이는 정부와 대학이 신규 전임교원 충원보단 시간강사로 강의수요를 채워온 결과"라고 했다. 비슷한 대안도 제시했다. 그는 "시간강사 문제의 해결은 부족한 대학교원 충원율을 올려 대학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조치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보수신문을 비롯한 일부 언론이 "대학가에서 '보따리장수'로 불리며 열악한 처우에 시달려왔던 시간 강사가 없어진다"고 흥분하며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과는 달리 시간강사문제 개선은 아직 멀고도 멀었다. 오히려 이번 정부안이 기존에 주장돼 온 대안과 입법예고안들보다 후퇴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판국이다.  

특히 정부는 비전임교원인 초빙교원, 겸임교원을 그대로 쓸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절반의 비정규 교수들이 겪는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이 때문에 각 대학들은 시간강사의 교원화에 미리 대비해 최근 들어 이들을 겸임교수 또는 초빙교수 등 또 다른 비전임교원으로 잇따라 전환시키거나 시간강사수를 줄이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사립대에 대한 지원 내용이 없어 다수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대학의 80%가 사립대학인 점을 감안하면 '권고'만으로는 통용될 리 만무하다. 정부가 내놓은 이번 대책안은 실효성을 믿을 수 없는 '옥상옥'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2011.03.24 13:4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