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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대학은 기업의 하청업체가 아니다” 대학생들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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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구대분회 작성일20-11-04 23:46 조회4,87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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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림과학대학과 자연과학대학을 융합과학대학으로, 문과대학을 글로벌인문·지역대학으로’

 

국민대는 최근 이런 내용을 포함한 단과대 통폐합 방안을 기정사실화하고, 지난 9일과 16일 학교 누리집 행정공지 게시판에 ‘학사구조개편(안)’을 발표했다. 해당 학과 교수와 학생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삼림대 학생회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삼림과학대 학생 89.3%가 통폐합에 반대하는데도 학교 쪽이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있는 탓이다. 국민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2일 구조조정 전면 철회와 재논의 등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이 대학 국제학부의 한 교수는 “총장을 중심으로 학교본부가 발전방향(이해관계)이 다른 각 학과들을 각개격파하고 있다”며 “취업이라도 잘되면 다행인데, 명칭도 이상한 전공들이 학교의 격만 떨어뜨릴 것”이라고 역효과를 우려했다.

 

국민대가 이렇게 무리한 구조조정을 강행하는 이유는 교육부의 프라임 사업(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3년간 총 6천억원) 지원을 받기 위해서다. 교육부는 프라임 사업과 코어 사업(대학 인문역량 강화 사업·3년간 총 1800억원) 재정지원을 내세워 ‘산업수요’에 맞는 학과 통폐합과 정원 감축 등 고강도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에 참여하려는 대학들에서 학문의 자율성 침해와 인문·예술·자연계열 등 기초학문의 쇠퇴를 우려하며 사업 중단 및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건국대·국민대·단국대·동국대·성신여대·이화여대·중앙대 등 수도권 7개 대학 학생회와 학생단체들은 22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학은 기업의 하청업체가 아니다”라며 교육부의 프라임·코어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전국 대학가에서는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프라임·코어 사업을 확정 고시한 뒤 구조조정의 방향을 놓고 대학과 교수·학생들 사이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아 몸살을 앓아왔다. 특히 프라임 사업은 재정 지원 및 정원 감축 규모가 큰 탓에 학교 쪽과 교수·학생 간 분규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코어 사업은 지난 17일 16개 대학이 선정됐고, 프라임 사업은 이달 말까지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교육부는 강제 구조조정 논란을 의식해 대학의 자율성과 대학 구성원 간 합의 등을 원칙으로 내걸었지만, 국민대 등 대다수 대학에서는 이런 원칙을 무시한 채 ‘교육부 가이드라인’에 충실한 일방통행식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공학계열과 정체불명의 융합 학과를 늘리는 대신 인문·자연·예술계열을 통폐합하거나 줄이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중앙대는 인문대 30여명을 포함해 일부 단과대의 정원 500여명을 줄이고, 공학계열 또는 신설 대학 정원을 늘릴 계획을 세웠으나 학내 구성원들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진통을 겪고 있다. 이 대학 인문대의 한 교수는 “회의에서 인문대 교수 70%가 학교가 추진 중인 프라임 사업에 반대했다. 대학이 기업화되는 과정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제출 기한이 열흘도 안 남았는데 학교 쪽이 ‘경영 전략’을 이유로 구조조정 방안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경희대는 총학의 반발로 구조조정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한 이후 원점에서부터 다시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총학생회에도 알려주지 않고 있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전체 정원의 15%인 725명이 다른 전공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총학 쪽은 일단 학교 쪽과 논의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학교육연구소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우리는 이미 공학·의학 계열 전공자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며 “세계적인 추세와 동떨어진 정부의 학사 개편은 장기적으로 더 큰 인력수급 불균형과 대학의 획일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교육부 재정지원 사업은 대학이 ‘구조조정, 인력 미스매치 해소, 취업자 증가’라는 선순환 구조를 창출하라는 얘기”라며 “정부와 기업이 ‘일자리 창출’로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지 않고서는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우리 김미향 박수지 고한솔 기자 ecowoori@hani.co.kr 

 

 

2016.03.2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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