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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해고 위기' 시간강사가 '송곳'이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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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구대분회 작성일20-11-04 23:43 조회4,86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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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대 출신 천막 농성, 서울대서 처음이라더라”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우리끼리는 스스로 ‘돈 못 버는 연예인’이라고 부르곤 해요. 성악하는 배우자를 둔 사람들의 모임에 ‘보릿고개’나 ‘가시밭길’이란 이름을 붙이죠. 무대에서 화려하게 꾸민 모습을 보고는 마냥 베짱이처럼 살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저희도 똑같아요. 부모님 밑에서 편안하게 살았어도 사회에 홀로 던져져 약자 입장이 되면 싸울 수밖에 없는 거죠.”

서울대 음대 강사인 ‘소프라노’ 전유진씨(44)가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2일 전씨를 만난 곳은 서울대 관악캠퍼스 대학본부 앞 천막 농성장. 지난해 12월29일 음악대학 성악과 시간강사들이 천막을 세웠다. 이들은 2014년 12월 공채로 임용됐다. 음대는 보통 5년마다 공채를 시행했다. 그런 대학당국이 지난달 1년 만에 새 채용공고를 냈다. 전씨는 별안간 1년짜리 ‘파리목숨’ 계약직이 됐다. 강사 113명 중 상당수가 ‘대량해고’될 것이란 소문이 나돌았다. 

전씨를 만난 날, 기온은 영하를 맴돌았다. 비닐로 얼기설기 만든 천막 출입구에선 찬바람이 들락거렸다. 천막을 싼 비닐 위에 ‘집단해고 갑질하며 세계적 대학이 되겠는가’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천막 안 한쪽에 컵라면과 생수가 쌓여 있었다. 식은 공기밥도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화장부터 옷차림까지 단정하게 갖춘 전씨의 모습은 천막 농성장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전씨는 전형적인 ‘음악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서울예고와 서울대를 거쳐 미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7년부터 시작해 올해 10년차 강사다. 음악을 업으로 삼고 있어 풍요로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정작 그는 한겨울 불안정 고용에 맞서싸우는 ‘송곳’이 됐다. 

“여성강사들 중엔 제가 두번째로 학번이 앞섰어요. 후배들이 ‘어떡하냐’며 저를 바라보고 있었죠. 동호회나 학술모임의 장을 맡아본 적은 있지만, 사실 이건 반기를 드는 일이라서 누구나 다 나서기 조심스럽고 겁내는 일이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였는데 어쩌다보니 제가 앞에 서있더라고요(웃음).”

전씨는 “음대 출신들이 천막 농성을 하는 게 서울대 역사상 처음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다른 강사들 중에도 전씨처럼 해외 유학을 거친 성악가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에게 노숙 농성이 익숙한 일은 아니다. 좁디좁은 음악계에서 앞으로의 입지는 걱정거리다. ‘투쟁’에 앞장선 전력 때문에 강사 임용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후배 강사들을 대표해 자칭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전씨. 그는 성악가들의 농성에 대해 ‘강의 안 하면 공연해서 돈 벌면 되지’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다소 아쉽다. 요즘 그의 생각은 오로지 이 농성을 ‘예술가답게, 아름답게’ 마무리 짓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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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6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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