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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 신임 교육부 장관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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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구대분회 작성일20-11-04 23:27 조회4,8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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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법조인 출신으로 여당 대표를 지낸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취임했다. 민주화·다원화된 우리 사회에서 온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교육을 반드시 교육 전문가가 맡아야 할 이유는 없다. 이해찬 장관은 뼛속까지 정치인이었고, 관료 출신의 김진표 장관도 정치인이었다. 지난 정부에서 장수를 했던 이주호 장관도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노동경제학자였다. 물론 정치인 출신 교육부 장관의 성과가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우리 교육을 참혹하게 망쳐버린 교육 마피아의 뿌리를 뽑는 일에는 정치인 출신의 장관이 적임자일 수도 있다.


신임 장관의 취임 일성은 1995년의 5·31 교육개혁에 대해 근원적인 문제 제기였다. 지난 20여 년 동안 맹목적으로 밀어붙여왔던 신자유주의 교육 개혁의 功過를 확실하게 따져보고, 필요하다면 방향 전환을 시도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더욱이 신임 장관의 문제 제기가 개인적 성취를 위한 무한 경쟁보다 협동·나눔·자율을 통한 국민 행복 구현이 훨씬 더 절박해진 현실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면 정말 반가운 일이다. 교사가 중심에 서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바른 교육을 만들어야 한다는 방향 제시도 옳다. 그러나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만약 장관의 문제 제기가 그동안 시장에 맡겨 뒀던 대학의 구조 조정을 이제는 정부 주도로 밀어붙이겠다는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사태는 심각하다.

교육 현실에 대한 정확하고 총체적인 진단이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종합적인 문제 파악은 제쳐두고 어설픈 땜질식 치유책에만 매달렸던 것이 우리 교육의 가장 심각한 문제였다. 우리 교육이 총체적인 부실에 빠져버렸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국민을 현혹시키는 미사여구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5·31 교육개혁에서 화려하게 강조하던 학습자 중심 교육, 교육의 다양성, 자율과 책무처럼 매력적인 구호들이 모두 허무한 구두선으로 끝나버렸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학습 부담 경감, 사교육 절감, 창의·인성 교육 등의 비현실적·反교육적인 주장은 확실하게 거부해야 한다. 청소년 시절의 지극히 정상적인 방황의 자유마저 철저하게 박탈해버리는 학생기록부와 내신 제도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제 학교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사회의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역량도 갖추지 못한 학교에 모든 교육을 떠맡기겠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오히려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린 가정교육과 사회교육을 되살리는 노력이 훨씬 더 현명하고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 전인교육과 인성교육을 핑계로 가정과 사회가 책임져야 할 몫까지 억지로 떠맡아 질식 상태에 빠져버린 학교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역할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당분간이라도 학교의 역할을 지식 교육으로 한정함으로써 학교가 우리 사회에서 정상적인 위치를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전략이 필요할 수도 있다. 심각하게 고민해볼 일이다.

교육 마피아의 손아귀에 사로잡혀 무력화된 교육부를 확실하게 바꿔야 한다. 스스로 만든 규제 때문에 발생한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규제를 쏟아내야만 하는 反교육적인 교육부는 존재 이유가 없다. 아무 설득력이 없는 자의적·획일적 잣대로 무작정 밀어붙이는 대학의 구조 조정 시도는 확실하게 중단해야 한다. 모두가 신임 교육부 장관의 탁월한 현실 파악 능력과 정치력이 필요한 과제들이다.


[대학정론] 이덕환 논설위원/서강대·화학 

 

 

2014.08.2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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