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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3년간 1200억 지원한 HK 사업 부정적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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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구대분회 작성일20-11-03 10:07 조회4,5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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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3년간 1200억 지원한 인문한국(HK)사업… 부정적 평가

학계 “연구 대형화 불러”



경향신문 한윤정 기자



2006년 전국 인문대 교수들의 ‘인문학 선언’은 학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인문학이 죽어가는 현실을 개탄하며 정부 지원을 촉구한 이후 2007년부터 한국학술진흥재단(현 한국연구재단)의 인문한국(HK)사업이 시작됐다. 이전의 브레인코리아(BK)사업이 박사학위를 받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학문후속세대 지원의 성격이 강했다면, HK는 학문연구의 방향을 개인에서 집단으로 크게 바꿔놓았다. HK사업의 핵심은 연구소 단위의 대형 프로젝트에 대해 연간 최고 8억원씩 최장 10년까지 지원한다는 것이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HK사업지원을 받은 연구소는 55곳으로 약 10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올해도 394억원이 배정됐다. 대형 프로젝트 중 하나로 선정된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의 경우 ‘한국문화의 동역학’이란 과제를 제출해 3년간 43억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 돈으로 박사급 연구원 34명을 고용하고, 석사급 연구보조원은 수시로 바뀌지만 최고 70명 정도가 채용됐다. 책임교수를 정점으로 100여명의 연구자들이 대규모 연구조직을 이루는 셈이다.



정부로부터 연간 10억원에서 15억원을 받는 대형 지원대상은 이곳 외에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전북대 쌀·문명·삶연구원 등 6곳이다. 또 연간 5억원에서 8억원을 지원받는 중형 규모의 연구소는 ‘유라시아 정체성과 문명 공존’이란 주제로 3년간 23억원을 지원받은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를 비롯해 28곳에 이른다.



이 같은 집단연구 위주의 학술지원에 대해 교수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진보학계를 대변하는 한국학술단체협의회(상임대표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와 교수신문이 최근 일선 대학 교수·강사 등 2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형화에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많은 돈을 쓰고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교수들은 연구지원사업 참여 동기가 “제자와 주변 동료들의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58.9%)라고 응답해 “연구주제에 대한 관심”(56.7%)보다 오히려 높았다. 공동연구 진행과정에 대한 평가에서도 “형식적인 요소 중심”(81.1%), “양적 평가 중심”(80.4%), “과도한 전시용 학술행사”(77.2%)라는 부정적 의견이 많았고, 공동연구가 시너지 효과를 내기보다는 “개별 연구원들의 성과를 합산”(72.3%)하는 데 그친다고 밝혔다. “연구의 자율성을 제약한다”(57%), “독창성보다 지원사업을 따라간다”(84.2%)는 의견도 많았다.



그러나 HK사업 같은 집단연구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연구재단은 올들어 사회과학발전방안사업의 일환으로 120억원 규모의 한국사회기반(SSK)사업을 신설했다. SSK도 HK와 마찬가지로 중·장기 집단연구 과제를 선정해 지원한다. 단 처음부터 대형사업을 도입했던 HK와는 달리 1차 연도인 올해는 1억원으로 시작해서 3년 뒤 중형, 다시 3년 뒤 대형으로 올려주는 경쟁방식을 도입한 게 차이점이다. 이밖에 연간 30억원 규모의 학제간융합연구지원사업도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올해 정부의 인문사회과학 지원예산 1700억원 가운데 집단연구에 들어가는 예산은 690억원으로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한국연구재단 지정규 인문사회연구지원실장은 “대학 연구소의 연구역량을 강화하고 국가운영 및 학문토대 마련에 필요한 기초지식을 축적한다는 차원에서 집단연구를 지원하고 있다”며 “집단연구 지원 혜택이 신진 연구자들에게 돌아가게 돼 있다”고 밝혔다. 한국연구재단은 올 하반기에 HK사업 3개년 단계 심사를 벌여 학문적 성과와 예산 사용의 적정 여부를 판단한 뒤 일부 연구소를 탈락시킨다는 방침이다.



반면 학자들은 자연과학과 달리 인문사회과학의 경우 집단연구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도 크다고 지적한다. 조돈문 학단협 상임대표는 “연구자들이 집단연구에 대해 부정적인 건 알았지만, 이렇게 적나라한 결과가 나온 것은 놀랍다”며 “정형화된 심사기준, 이념적 기준 적용 등의 문제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10.10.0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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