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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시간강사’ 폐지가 정상화 첫발(대학의 위기와 대안 시리즈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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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구대분회 작성일20-11-04 00:49 조회4,6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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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입시


임순광| 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

올해 한국 사회를 강타한 대학가 이슈가 ‘반값 등록금’이었다면, 작년에는 대학사회에 대한 온갖 분노를 유서로 남긴 채 세상을 등진 조선대 서모 교수의 자살이었다. 사실 강사 제도는 일제 강점기에도 있었다. 소설 ‘김강사와 T교수’ ‘레디 메이드 인생’ ‘술 권하는 사회’ 등에서 우리는 저임금과 고용불안 및 자기검열에 시달리는 강사의 의식과 생활상을 찾아 볼 수 있다.

현재의 ‘시간 강사’ 제도는 쿠데타 직후인 1962년에 박정희 정권이 도입하였다. 해방 직후만 해도 교원이었던 시간강사들은 박정희 정권에 의해 법적 교원 지위를 박탈당하였고, 그 이후 강의할 의무만 있을 뿐 쉴 곳도, 연구할 곳도, 먹고 살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대학의 유령으로 전락했다. 전임교원과 다를 바 없는 강의평가를 받으면서도 말이다.

대학들은 ‘비용절감’과 ‘노동통제’를 위해 전임교원보다 시간강사 채용을 선호했다. 1990년에 2만7000여명에 불과하던 시간강사는 2011년에 7만7000명을 넘어섰다. 이는 2010년 전국 대학의 전임교원 수 7만2000명보다 더 많은 것이다. 자본의 탐욕이 대학을 지배하게 되면서 교원들의 지위도 급락을 거듭하고 있다. 교수계약제와 연봉제는 그 서막에 불과하다. 재계약에 실패하는 교수의 수도 증가하고 있고 정규교원으로 뽑혀야 할 사람들이 각종 비정규교수(강의전담교수, 연구교수, 비정년트랙교수, 기금교수, 초빙교수, 겸임교수 등)로 채용된 뒤 버려진다.

법적 교원 지위가 없는 상태의 단기 시급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교원의 역할을 다하도록 강제하는 시간강사제도는 필연적으로 다른 교원의 지위를 하락시키는 블랙홀이나 악의 축으로 작동하고 있다.


고등교육기관의 필수인력인 교원을 전임교원이 아닌 시간강사로 대체하여 아낀 인건비와 살인적 등록금으로 대학은 자본 축적을 본격화하고 있다. 2009년 전국 대학 재정 규모는 연간 30조원이 넘는다. 일부 대학은 이 거대 자본을 부동산이나 펀드 투자, 각종 영리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시장만능주의적 기업식 대학 운영은 결국 ‘자기 피 맛에 심취한 늑대가 죽을 때까지 칼을 핥는 것’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이제 정부와 국회와 사학에 시간강사들이 겪는 차별을 지적하며 ‘개선책을 내라’고 애걸하는 것도 부질없어 보인다. 개악의 완결판이 나왔기 때문이다. 2011년 3월22일 정부는 ‘시간강사의 계약기간만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할 뿐, 물적 급부와 교권을 보장하지도 않으면서 전임교원을 채용한 것처럼 교원충원률에 포함시키려는 역대 최악의 개악안을 획기적 개선책으로 포장하는 꼼수’를 부렸다. 4월 하순에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이 안을 통과시켰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합작해서 말이다. 비용절감에 혈안이 된 재단은 일부 전임교원들에게 초과강사료를 안겨주며 강의를 더 맡긴다. 일부 강사들은 아예 해고되고 있다. 이런 대학에서 어떻게 고등교육의 질 향상과 학문 성숙을 기대할 수 있을까.

국회를 통과하기 직전에 있는 정부안은 ‘6개월 외거노비제를 1년 솔거노비제로 바꾸는 꼼수’에 불과하다. 올바른 대안은 오래전에 이미 제출되었다. 정부가 교원법정충원율 100% 달성을 위해 고등교육재정을 OECD 수준으로 확충하여 대학의 정상적 운영에 필요한 5만명 이상의 전임교원을 추가로 충원하는 것이 정도이다.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하지만, 앞으로 OECD 평균(15명)으로 교원 1인당 학생 수를 줄이려면 지금보다 2배의 전임교원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당장 정규직으로 다 뽑기 힘들면 ‘시간강사제도를 폐지하고 생활임금과 교권을 보장해주면서 평가를 통해 재계약하는 연구강의교수제(권영길 의원 2010년 발의)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3만명 정도의 국가연구교수 선발도 어느 정도 순기능을 할 수 있다. 문제는 대안을 이룰 수 있는 힘이다. 대학 정상화를 위한 의견과 행동의 조직화가 우리의 대안을 꿈이 아니라 현실로 만들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2011.11.16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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