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수도권대 공존 못하면 대학체계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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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구대분회 작성일21-06-11 09:59 조회10,360회 댓글0건본문
대학 체제, 대전환을 모색하다
‘대학 체제, 대전환’을 주제로 9일 토론회가 열렸다. 국공립대학과 지방사립대의 협력∙연계 체계 개편, 고등교육과 노동시장 사이 관계 설정, 대학 구성원들의 자기 혁신 등 다양한 논점이 펼쳐졌다. 사진=박강수
“고등교육정책을 전담해 기획∙실행하는 중앙 기구로서 국가고등학술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강명숙 배재대 교수)
“기존 체제의 기득권으로 안주해 온 대학 교수들은 개혁의 주체이면서 개혁의 대상일 수도 있다.”(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1년도는 대학 현장에서 아프게 기억될 해인 것 같다. 교육부 입장에서는 예측 못한 것도 아니었는데 미뤄 온 부분도 있다. 솔직하게 토로하고 반성하면서 정책 입안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송근현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 과장)
‘대학 체제, 대전환’을 주제로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와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9일 주관한 토론회 자리에서 진단과 담론, 제안이 쏟아졌다. 지방사립대를 넘어 고등교육계 전반을 강타한 신입생 미충원 사태와 재정난, 꾸준히 악화돼 온 국제 대학 경쟁력과 대학 사회 내 불평등, 산업 구조의 변화와 교육 공공성의 혼란 등 복합적으로 들이닥친 위기에 대한 절박함이 발표 내내 묻어났다.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는 데서 참석자들은 공감대를 이뤘다.
한국식 공유성장형 대학연합체제로 대학 상향평준화
반상진 전북대 교수(교육학과)는 “공유성장형 대학연합체제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공유성장형 대학연합체제는 “대학 간 물적∙인적 자원을 공유하고 연계해 교육과 연구 역량의 상생 성장을 유도”하며 “개별 대학의 경쟁력이 아닌 대학 체제의 경쟁력 강화를 지향하는 공유성장체제”다.
반상진 전북대 교수가 제안한 '한국식 공유성장형 대학연합체제'의 단계적 발전 계획. 출처=민교협
반 교수는 연구중심 국립대 연합체제와 교육중심 국립대 연합체제, 평생∙직업교육중심 국립대연합체제로 유형을 나눠 국립대연합체제를 구축한 뒤, 이를 사립대와도 연계한 공유성장형 체제로 발전시키자는 계획을 내놨다. 그는 이 개편안을 가리켜 “공동입학과 공동졸업 시스템까지 갖춘 한국형 연합 체제”라고 설명하며 “대학들을 상향평준화시켜 고등교육의 기초체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반 교수는 한국 교육이 “서울 중심∙명문대 중심∙상대평가 시험 중심∙학벌계급 중심의 병목 구조”에 갇혀 있다며 “대학 개혁이야말로 교육 개혁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에서 대학은 이제 더 이상 엘리트 단계가 아닌 보편화 단계에 진입했음에도 여론은 여전히 엘리트주의적 관점에 머물러 있다”며 “’지잡대’ 구조조정하면 대학개혁도 끝난다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상생하는 경제 구조처럼 지방대와 수도권대, 작은 대학과 큰 대학이 조화롭게 공존하지 못하면 대학 체계 자체가 붕괴해버린다는 것이다.
교육부 측 토론자로 참석한 송근현 고등교육정책과 과장 역시 “개방∙공유∙연계∙협력을 통해 동반 성장하는 고등교육 생태계를 만들어보자는 것”, “지역 대학이 지역에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며 고등교육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도록 지방대를 살려보자는 것”이 교육부에서 정책적으로 가장 중시하고 있는 목표라고 밝혔다.
지역 청년과 노동시장 현실에 맞춘 고등교육 개혁안 나와야
지역 사립대에 몸담으며 주로 동남권 지역 사회와 산업을 연구해온 양승훈 경남대 교수(사회학과)는 실제 지역 청년(학생이자 구직자)과 지역 노동시장의 현실에 맞는 체제 전환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양 교수는 “전체 대학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지방 사립대생들은 수시와 정시 모두 떨어지고 추가합격으로 대학에 온 학생들”이라며 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저숙련, 저임금 노동자를 양산하는 특성화 교육이 아니라 오히려 “학력 격차를 해소하고 기초 교양을 길러주는 고등교육”이라고 설명했다.
양승훈 경남대 교수는 "대학을 나와 공채와 국가고시로 이어지는 10~15%의 '표준 취업 경로'라는 가정에서 벗어나 80~85%가 진입하는 중견기업, 중소기업으로의 고용 모델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강득구TV 유튜브 캡처
그러면서 양 교수는 “지역 사립대들은 공영형 사립대가 아니라 리버럴아트(교양) 대학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사립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에게 4년간 문해력과 비판적 사고 같은 기초 역량을 길러줘 학력 격차를 줄여주는 것이 ‘보편화된 대학 교육 시대’에 더 걸맞은 방향이라는 것이다. 취업과 관련해서는 “직무 특성화 교육 1년 과정을 추가하고 여기서 현역에 있는 엔지니어 등을 위한 직무 역량 교육까지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경우 “지방 국립대는 대학원으로 운영되는 연구중심대학”이 된다.
지역 사립대는 교양 교육과 직무 교육, 국립대는 지역 현안 관련 연구와 기초학문으로 역할을 할당하자는 제안이다. 양 교수는 이 같은 구상이 “주류 미디어 등에서 산재 사고, 비정규직, 구조조정 등 이상 상태로만 등장하는 지역 청년들의 실제 모습”을 고려한 결과라고 밝혔다. 토론자로 참여한 최원형 한겨레신문 기자는 “고등교육과 노동시장 사이 관계 설정은 고등교육 재정확보만큼이나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라며 “’표준 취업 경로’를 상정한 고등교육 정책은 효과도 없을 뿐 아니라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고착화할 것”이라고 의견을 보탰다.
대학이라는 주체는 공공성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이어서 최 기자는 “대학 정책은 교육부의 정책에 종속돼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며 “대학이라는 주체는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스스로 고등교육의 질을 높이고 고등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해 대학 스스로는 어떤 일들을 해왔느냐는 문제제기다. 민교협 상임공동의장이기도 한 강명숙 배재대 교수(유아교육과) 역시 “대학 구성원들의 자기 혁신 없이 대학 개혁은 없다”고 강조하며 “’대학 가도 배울 게 없다’는 실질적 교육의 위기 등이 미충원이나 경영 위기 못지 않게 다뤄지고, 대학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반영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왼쪽부터)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박강수
대학 체제 대전환은 정부와 정치권의 정책만으로 이룰 수 없다는 지적들이다. 김진균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부위원장은 “시민사회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김 부위원장은 “항상 방향성은 공유하고 있는데 실천이 안 된다”면서 그 이유는 “시민들에게 고등교육의 전망을 제시하고 지지를 얻어내 동력을 확보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고등교육의 공공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로 돌아가 대학 사회 안의 차별 구조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면서 시민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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