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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교수도 교원지위를/강수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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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구대분회 작성일20-11-02 03:58 조회2,6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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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문 10월 25일자 [나라살림가족살림]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강수돌/고려대 교수·조치원 신안1리 이장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고 외치며 청년 전태일이 청계천에서 분신한 지 37년이다. 무정한 기업주, 무시무시한 경찰, 무관심한 일반 시민, 무기력한 노동 대중, 이 모든 걸 전태일은 참을 수 없었다. 하루 평균 16시간 노예노동의 고통에 대한 ‘인간 선언’이었다. 그 외침은 끝내 사회적 울림이 되어 억압 중에도 민주화 운동을 불렀다. 이제 당시의 열악한 상황은 중국, 동남아 등지로 ‘수출’되거나 아니면 비정규직으로 ‘재생’되었다. 최근 여러 비정규 투쟁이 전국을 달구는 건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던 호소의 참된 실천이다.
한편, ‘교육열’이 세계 최고인 한국에서 대학 교육의 절반 이상을 맡은 8만여 강사들에겐 사회 관심도 적고 신분 보장도 없다. 관심이 적은 것은 ‘그래도 배운 자들이고 기득권 집단’이란 것이다. 박사급 ‘배운 자들’이긴 하나 이들의 살림살이는 오히려 힘겹다. 예컨대, 한 선생님은 3학점 강의를 두 과목 맡았다. 시간당 3만원이면 월급은 72만원. 거의 최저임금이다. 사회보험도 엉망이다. 2006년에 국공립대는 42곳 중 34곳에서 산재·고용보험을 주었고, 사립대는 113곳 중 각기 47곳과 27곳만 준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은 거의 없다. 형편이 이러니 빈곤층을 위한 공립 어린이집에 박사급 대학 강사 자녀들이 몰리는 ‘웃기는’ 일도 있다.

다행히 2007년 4월5일 대법원은 시간강사에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지위를 인정해, 산재보험 등 혜택을 받게 했다. 그런데 노동부는 그 직후 ‘한 직장에서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한 비정규직법 시행령에서 “박사는 법 적용 예외”라 해, 8만여 비정규 교수에게 좌절감을 주었다.

나는 1994년에 독일서 박사 학위 과정을 마치고 온 뒤 몇 해 강사를 했다. 강의하던 대학의 학생이 질문하면서 “강사님!”이라 부를 때의 작은 상처를 기억한다. 나는 울컥하였지만 참고 “시간강사에겐 강사님, 전임교수에겐 교수님, 이렇게 나누지 말고 다 ‘선생님’이라 하세요”라 말했다. 제도적 차별보다 무서운 게 ‘마음의 차별’이다. 나는 지금도 그들이 당시 강의노트보다 ‘마음의 차별을 없애라’는 말을 꼭 실천하길 빈다.

2003년 봄, 서울대 비정규 교수 백아무개 선생이 자살했다. 생계 차 프로젝트에 매달려 본인이 원하는 연구도 못하고 정규 교수가 될 가능성도 없는 절망감이 죽음을 불렀다. 같은 일이 2006년에도 부산서 일어났다. 21세기 대학가의 전태일이다.

역사적으로, 1949년 고등교육법에서 “대학 교원으로 총장·학장·교수·부교수·강사·조교를 둔다”고 했지만, 독재 시절인 1977년, 시간강사는 교원에서 빠졌다. 젊은 지식인들의 비판과 저항을 거르기 위해 시간강사와 전임을 구분한 것이다. 이제 시대가 변했다. 그동안 강사노조, 비정규교수노조가 자기 조직화를 하고, 민교협, 교수노조 등과 연대해서 힘든 싸움을 한 결과 2007년 10월12일 국회 교육위에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을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처음 올랐다.

이번 국회가 8만여 비정규 교수들이 제도적 차별과 상실감 대신, 어깨 쭉 펴고 해맑은 웃음으로 연구하고 강의할 수 있게 고등교육법을 전향적으로 바꾸길 빈다. 끝으로, 비정규 교수들에게 상처와 절망을 넘어 용기와 희망을, 정규 교수들에게는 무관심과 냉소를 넘어 애정과 연대를 강력 호소한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삶이기 때문이다!

강수돌/고려대 교수·조치원 신안1리 이장 

 

 

2007.10.2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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