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노조 이젠 중산층, 비정규직이 새로운 하층(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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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구대분회 작성일20-11-02 03:56 조회4,306회 댓글0건본문
연대·단합·민주 첫머리 딴 SUD노조
기존 노조와 달리 철저한 내부 민주주의정당과 단절하고 사회현안 제목소리
활발한 사회적 연대로 큰 지지 얻어
“비정규직·이주자 돕는게 오늘날 의무”
» “노동운동도 이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할 때가 왔다. 노조는 새로운 전략과 전술을 가지고 후기 산업사회의 새로운 하층민들의 권리를 대변하여 그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지난 8일 서울 용산 철도웨딩홀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얘기하는 쿠페 위원장. <매일노동뉴스> 제공
안과 밖/아닉 쿠페 프랑스 쉬드노조위원장 인터뷰
프랑스 쉬드(SUD) 노조의 아닉 쿠페(Annick Coupe·54) 위원장이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한국을 방문했다. 쉬드 노조는 노동조합활동의 전 세계적인 침체에도 불구하고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며 조합원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예외적인 노조다. 쿠페 위원장은 ‘68세대’로부터 세례를 받았고 20살에 노르망디 지방의 캉 인문대를 중퇴한 뒤 슈퍼마켓에서 계산대 일을 보다가 우체국에 취직하여 현재에 이른다. 그는 현재 42개 노조의 수평연합기구인 쉬드연대노조(SUD-Solidaires) 대변인(노조위원장에 해당)직을 맡고 있다. 자녀를 둔 독신이다. 그로부터 한국에 대한 인상과 노동운동에 대한 생각, 그리고 쉬드노조 성공배경 등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평소 한국에 대한 인상, 그리고 직접 한국에 와서 본 뒤의 인상은 어떤가.
=서울은 파리와 같은 국제도시고 한국사회가 굉장히 역동적인 것 같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는 실감이 왔다. 대부분의 프랑스 노동자들처럼 나도 한국 하면 대우 김우중 사장을 연상한다. 10여 년 전 프랑스에서 한국은 경제성장국가로 알려져 있었고 대우의 도전은 상당히 과감해 보였다. 그런데 단돈 1프랑에 프랑스 대기업을 인수하려고 했을 때, 프랑스 노동자들은 노동자들의 인권, 나아가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자본의 야만적 행위’로 판단했고 프랑스 정부에 강력히 항의했다. 결국 지식인까지 포함한 국민들의 반대여론에 밀려 대우의 프랑스 기업인수는 실패하고 말았다. 다른 하나는 한국이 금융위기를 겪을 무렵, 프랑스 언론을 통해본 한국 노동자들의 시위에서 경찰의 진압과 노동자들의 저항, 둘 다 굉장히 투쟁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번에 철도노조와 전교조를 방문해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에 대해 강연했다. 한국 노조와의 연대를 구상하고 있는가?
=신자유주의에 반대해야 한다는 인식은 한국 노동자들이나 나나 서로 비슷할 것이다.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이 한국 외에도 존재하고 있으며, 투쟁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다. 국제연대에 대해 쉬드연대는 벅찰 정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멕시코의 사파티스타 운동을 지지했고, 세계 정치지도자들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국제회의를 개최할 때면 그 회의를 반대하기 위해 우리는 대표들을 파견해왔다. 물론 아셈회의 때도 그랬다. 또 포르투알레그레 세계사회포럼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인터내셔널리즘의 진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컨대 한국 철도노조와 프랑스 철도노조가 공공부문 강화를 위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공동투쟁을 상정해 볼 수 있지 않겠는가.
-쉬드 노조는 유럽노조연맹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유럽연합 헌법도 반대했는데, 이는 유럽연합이라는 대세를 거스르는 것 아닌가?
한국 노동자·경찰 굉장히 투쟁적
=유럽노조연맹은 유럽차원에서 또 세계적 차원에서 방향만 옳게 잡는다면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유럽노조연맹의 기능이 유럽연합 지도자들의 결정을 추인하는 정도에서 끝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유럽노조연맹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대신 유럽차원에서 항의할 일이 있을 경우 우리처럼 유럽노조연맹에 가입하지 않은 여타 노조들과 연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럽행진운동과 1996-97년 유럽실업자운동이었다. 그리고 유럽연합 헌법에도 우리는 반대를 분명히 했다. 왜냐하면 유럽연합 헌법에 신자유주의적인 요소가 침투해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새로 가입한 동유럽권 출신의 노동자들에 대한 저임금 문제나 사회 양극화에 대한 대안이 전혀 담겨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한국의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민노당은 현재 민주노총 출신 국회의원 9명을 보유하면서 역사상 처음으로 정당과 노조가 연대하여 제도권 진입에 성공했다. 이를 어떻게 평가하나?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제대로 획득하지 못한 국가에서는 노조가 정당과 제휴하여 노동자들의 권리를 입법화해야 한다. 하지만 유럽의 경우 대부분 이러한 과정을 이미 거쳤다. 지금은 노조와 정당이 제휴하게 되면 노조활동에 제한만 가해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일정기간까지는 정당과의 제휴가 부정적이라고만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노조는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 의정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도록 적극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기업별 노조에서 산업별 노조로 전환하는 것이 화두다. 유럽의 노동조합들은 2000년대에 들어와 산별노조에서 기업별 노조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고, 교섭도 기업별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유럽과 한국은 정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가?
=유럽 산별노조 역사는 100년에 이른다. 최근 기업별 교섭을 진행시키고 있는 노조들이 있는데 이는 신자유주의 공세와 노동자들의 이기주의가 맞물려 생겨난 현상이다. 실제 기업별 노조로의 전환은 작은 움직임이다. 한국의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이 아주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산별로의 전환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이들에게 권리를 되찾아주고 임금을 인상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한국에 있어서 산별노조로의 전환은 노동조합운동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쉬드 노조는 노조전문가들과 기성 노조들이 인정하듯 조직이나 투쟁, 작동, 국제연대, 신자유주의투쟁 등에 있어서 전혀 다른 방식을 취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쉬드 노조는 21세기에 가장 적합한 형태의 노조’, 또는 ‘노동운동에 새로운 전망을 열어가는 노조’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쉬드연대 노조가 탄생하게 된 배경은?
=88년 사회당이 재집권에 성공했고 정부는 공공분야를 민영화하고 있었다. 당시 우체국 소속 화물자동차 운전수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나를 포함하여 체신노조 일부조합원들이 이들을 지지하자, 사회당과 가까웠던 민주노조(CFDT) 지도부는 파업참가자들을 노조전국대회에서 축출시켜버렸다. 민주노조에서 축출당한 조합원들이 중심이 되어 89년 9월 쉬드 체신노조가 창립되었다. 이것이 쉬드 노조의 기원이다. 그 이후로 쉬드 노조는 보건, 철도, 교육 분야 등으로 확대되어 나갔다. 한편 쉬드 체신노조 탄생 당시 거대 노조 외곽에 존재하던 10개 꼬마노조가 있었다. 1947년 CGT노조와 FO노조가 분리될 때 제3의 길을 선택한 이 독립노조들이 새로 창설된 쉬드 체신노조와 교류를 시작했다. 두 집단은 1995년 11~12월 공공부문 투쟁 때 투쟁의 선두에 섰고 이를 계기로 급성장했다. 결국 쉬드 노조들과 10개 꼬마노조는 1998년 2월 쉬드 연대노조를 발족시켰다.
-프랑스에는 110년이 넘은 노동총동맹(CGT), 민주노조(CFDT), 노동자의힘(FO), 기독교노조(CFTC)와 같은 기라성 같은 노조들이 버티고 있는데 어떻게 새로운 노조가 탄생하여 순조롭게 급성장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연대(Solidaire), 단합(Unitaire) 민주(Democratique) 3글자의 첫머리를 따서 만든 SUD노조는 기성노조들과 달리 우선, 노조 내 민주주의를 철저히 지키고 있다. 노조 사무실에는 위원장이 없다. 모두 공동대표다(노동조합법 규정상 형식적인 위원장은 있다). 노조 전임자는 3년이 지나면 어김없이 현장으로 되돌아간다. 둘째 정당과의 관계 단절이다. 기성노조들은 노동총동맹-공산당, 민주노조-사회당, 기독교노조-우익정당 등으로 정당과 강한 유대를 맺은 결과 노조활동에 엄청난 장애가 되었다. 또 노조지도자들의 정계진출 욕망도 노조활동에 걸림돌이 되었다. 현안에 따라 정당과 연대 투쟁은 하지만 쉬드 연대는 특정 정당과 특별한 관계를 결코 맺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해놓고 있다.
또 쉬드 연대는 노조원의 이익만을 보호하는 단체가 아니라 대 사회적 발언을 가장 열심히 하는 노조다. 신자유주의공세에 대한 반대, 유전자조작식품도입의 반대, 비정규직제도 반대에 활발하게 동참하고 있다. 학생들의 시위나 무주택자, 실직자 운동, 이주자들의 항의 때도 연대투쟁을 하면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대사회 활동이 거대노조들과의 차별성으로 인식되어 노동자들과 시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이는 바로 노조 성장과 연결되었다.
산별노조, 한국노동운동 돌파구
-대기업 노동조합원들은 이제 중산층이 아닌가? 조합의 전임들이나 노조의 중앙근무자들은 노조근무가 평생직장이고 조합원의 조합비로 도시에서 중산층 생활을 누리고 있다. 앞으로 노조가 이익단체라는 비난을 받지 않을까?
=사실 대규모 회사 노동자들은 중산층에 속해 있다. 반면 고용유연화니 재조정이니 하면서 새로운 하층민이 대두했다. 그들은 비정규직, 실직자, 이주노동자들이다. 쉬드 노조는 이들을 잠재적인 조합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노동운동도 이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할 때가 왔다. 노조는 새로운 전략과 전술을 가지고 후기 산업사회의 새로운 하층민들의 권리를 대변하여 그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것이 현대세계의 노조의 의무라고 생각하며 쉬드연대는 바로 그러한 노조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학수/부산교육대 강사·역사이해
2006.08.21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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