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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있는 첫걸음, 정규-비정규 노조 통합 (한겨레신문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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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구대분회 작성일20-11-02 03:55 조회4,2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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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산관리공사의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가 그제 통합을 결의했다. 이 통합은 비정규직 차별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는 가운데 정규직이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정신을 실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두 노조는 각각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자산관리공사 정규직 노조는 2003년 7월 노조 가입 대상을 ‘5급 이하 계약직’으로 확대함으로써 비정규직 노동자 370여명이 대거 가입할 수 있었고, 이번 통합에 따라 더 많은 비정규직이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정규직 노조가 애초 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였다면 굳이 따로 노조를 만든 뒤 통합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통합은 갑자기 정규직이 결단을 내려 이뤄진 것이 아니다. 정규직 노조는 2002년 연말 성과급을 비정규직한테도 똑같이 지급하도록 요구해 관철시켰고, 비정규직의 임금을 올리도록 회사와 협상을 벌이는 등 비정규직 차별 철폐 노력을 꾸준히 벌여 왔다. 비정규직 차별이 줄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 믿음이 생겨야 비로소 하나로 뭉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이 점은 비정규직을 정규직 노조 조합원으로 받아들인 다른 사업장들에서도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비정규직 차별이 심한 일터에서는, 비정규직에게 자신들과 같거나 엇비슷한 혜택을 주는 데 대한 정규직 노동자들의 정서적 반감이 클 수밖에 없다. 회사 쪽도 급격한 부담 증가를 의식해 비정규직 상황 개선 요구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비정규직 문제를 고민하는 노조들은 이 점을 특히 유념해야 한다.

그동안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싸워온 비정규직 노동자들, 비정규직을 위해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한 정규직 조합원들, 통합을 위해 애쓴 노조 집행부 두루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비정규직 상황 개선을 위해 정규직의 양보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는 비정규직 양산의 근본 원인과 비정규직 차별로 이익을 챙기려는 경영진의 태도 등 중요한 문제들을 은폐하고 만다.

그럼에도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어 그들을 동료로 받아들여야 한다. 노동자는 뿔뿔이 나뉠 때보다 하나로 뭉칠 때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정규직의 비정규직 포용은 결국 자신들을 이롭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2006.06.1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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