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6일 2011-1차 전국비정규교수대회 투쟁결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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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구대분회 작성일20-11-02 20:12 조회5,422회 댓글0건본문
한국의 대학은 살인적인 등록금 문제 뿐 아니라 비리재단의 사립대학 복귀, 국․공립대학의 법인화, 대학 시간강사 제도의 폐해, 환경미화·시설관리·조리 업무 등에 종사하는 대학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저임금·부당해고·차별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는 모두 대학의 기업화와 맞물려 있다. 오래전부터 대학은 일종의 주식회사나 지식공장으로 전락했다. 자본의 탐욕이 비판적 지성을 삼켜버린 대학은 이제 학문의 전당이 아니라 비리의 온상, 차별의 왕국, 착취와 수탈의 지옥이 되어 버렸다.
한국의 전체 대학 1년 총 예산은 약 36조 원이다. 정부의 부처별 예산으로 치면 3번째로 큰 규모이다. 대학판 경총 대교협과 교과부를 통해 거대한 대학 자본은 독점을 강화하고 담합을 일삼는다. 살인적인 등록금 인상이 대표적이다. 또한 사립대학들은 수 십 개 업종에서 수익 사업을 하고, 입시전형료 장사만으로도 매년 1,500억 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의료비와 부대비용을 폭등시키며 환자식당 마저 외주화 하는 한국 의료자본의 실체는 대부분 대학병원이다. 매년 8천 억 원 이상 적립되어 사실상 10조 원을 돌파한 사립대학 재단 적립금 상당액은, 호화 건물 신축에 사용되거나 주식, 펀드, 부동산에 투기되고 있다. 축적을 위해 인건비를 절감하려는 대학 자본은 시간강사를 비롯한 각종 불안정 노동자를 양산하고 과거 직접고용 되었던 사람들을 외주·용역화 하고 있다.
그동안 비리재단들은 입시부정, 등록금 횡령, 건축 리베이트, 업체 권리금 상납, 부당 해고 등을 자행해 오다 퇴출되었다. 하지만 사분위는 최근 비리재단을 속속 대학에 복귀시키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 상지대학교에 이어 대구대학교와 여러 대학들도 사분위의 횡포 때문에 홍역을 앓고 있다.
2010년 12월 한나라당은 해당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안 된 서울대법인화법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그러자 경북대학교 총장은 2010년 총장 선거 당시의 공약을 뒤집고 2011년 3월 들어 법인화 추진을 선언하고 전남대학교, 부산대학교와 협의하며 법인화를 주도하고 있다. 국립대법인화는 대학 기성회직 노동자를 해고하고 공무원의 연금을 깎아먹는 것뿐 아니라 등록금 폭등, 불안정 노동 확산(시급제화, 기간제화, 외주․용역 확대 등), 대학 직접민주주의 말살(이사장과 총장 독재), 대학의 관치교육기업화를 필연적으로 불러올 것이다.
2011년 3월 22일 청와대는 국무회의에서 소위 ‘시간강사 대책’을 통과시켰다. 핵심은 앞으로 정규 교원을 뽑기보다 1년 계약 시급제 교원, 강의나 연구나 지도만 담당하는 반쪽짜리 교원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교권과 복리후생권을 박탈한 채 말이다. 이에 우리는 다시 한 번 개악안 저지를 위해 농성 투쟁 중이다. 2007년과 2010년의 농성 투쟁이 개선안을 요구하는 것이었다면 이번 투쟁은 개악안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다. 시간강사와 비정규 교수의 소박한 요구를 이토록 짓밟는 잔혹한 이명박 정권과 이주호 장관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우리의 단결과 연대 투쟁만이 권리를 보장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우리가 직접 실천할 때이다.
OECD 주요국은 국민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교원의 임금과 학생 등록금 대부분을 국가가 책임지고 있다. 당연히 학문의 자주성과 전문성이 더 보장되며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이나 대학 비리가 거의 없다. 이들 나라에서는 국립대가 대부분이고 대학은 기본적으로 탈기업적 성격을 갖고 있다.
한국의 대학 체제를 바꾸는 대학의 기업화 저지 및 교육공공성 확보 투쟁은 적어도 먹는 것, 공부하는 것, 쉬고 자는 것, 치료받는 것만큼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원칙아래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 부문에서의 중단기적 목표는 국·공립대 법인화 저지, 비리재단 복귀 저지와 사분위 해체, 등록금과 교원 임금 국가 책임주의 관철, 시간강사제도 철폐이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노동단체, 교육단체, 학부모단체, 등록금 투쟁 단체, 국립대법인화 저지 투쟁 단체들과 함께 우리는 한국의 썩은 대학, 더 나아가 사회 체제를 뜯어 고치는 대장정에 기꺼이 함께 할 것이다. 선생이란 지위에 부끄럼 없이 투쟁의 현장에서, 거대한 민중의 바다에서 우리 함께 만나자. 투쟁!
2011년 6월 16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2011.06.3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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