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시간강사들은 날마다 죽어가고 있다(하우영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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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구대분회 작성일20-11-02 03:59 조회4,317회 댓글0건본문
2008년 2월, 서울대학교에서 그리고 그 아픔의 기억이 채 가시지 않은 3월, 머나 먼 미국 땅 텍사스의 어느 허름한 모텔 방에서 우리의 젊은 지식인들이 못다 핀 꿈을 접고 연이어 삶을 마감했다. 누구보다도 촉망받고 치열하게 살았던 그들, 무엇이 그들을 이토록 허무한 자살의 길로 내몰고 있는가? 학문이 좋아 스스로 학자의 길을 선택했고 그토록 소망하던 대학의 강단에 섰던 그들은 왜 스스로 좌절과 절망의 경계선을 결국 넘고야 말았는가?
새로운 학기가 시작하는 3월! 캠퍼스 구석구석에는 새날의 생명력이 용솟음친다. 새내기들의 호기심어린 눈망울은 언제보아도 싱그럽고 푸르다. 박차고 솟구치는 생명력의 함성으로 가득한 캠퍼스에 그러나 이렇듯 허망하게 날아 온 비보는 우리 대학인 모두를 참담하게 만들고 만다. 더욱더 참담한 것은 이것이 그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언젠가 또 다시 재발하고야 말 것이라는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 도래하고만 현실 앞에서 우리의 정확한 예측에 차라리 우리는 당혹해하고 있다. 2003년 서울, 2006년 부산, 그리고 최근에 이르기까지 도처에서 죽음이 있었고, 그때마다 시간강사들의 비참한 상황에 대해 재발을 우려하고 구체적 대안을 촉구했건만 아무것도 마련치 못한 현실은 오늘도 속수무책으로 그들을 죽음으로 이끌게 된 것이다.
언론의 보도대로 낮은 임금을 감당하지 못해서였을까? 정규직 교수가 될 수 없는 현실을 비관해서였을까? 물론 시간제 임금 책정과 그나마 1년에 4달은 한 푼도 주어지지 않은 임금체계가 최소한의 생계조차 유지하기 어렵게 하였고 정규직으로의 미래 진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추측과 단정은 단견에 불과하다. 그들 또한 이 땅에는 그들보다 더한 가난이 많고 감내하기 힘든 일상을 버겁게 살아가는 비정규직이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이므로 ……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마는 것은 대학사회 내에서 행해지는 철저한 소외이다. 대학의 강의를 40% 가까이 담당하고 있는 주요 구성원중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대학사회로부터 철저히 배척당하고 있다. 합당한 자격을 갖추고 강의와 연구에 정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그들에게 결코 교원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 박정희 군사정권의 유신정책에 의해 시간강사의 굴레가 씌어진 이후 천형처럼 그들을 옭아매고 있는 제도의 사슬은 그들에게 교원으로서의 지위를 빼앗고 강의하고 연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조차 거부한 채 대학의 모든 의미로부터 철저히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교원으로서의 지위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이기에 많은 시간강사들은 이미 사회적으로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렸고 학문에의 열정마저 차단당하게 되자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하루살이 인생만큼이나 소외받는 그들의 영혼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지식인들의 자화상이며 한국 대학의 현주소이다. 본인과는 한마디 상의 없이 주당 12시간에서 주당 24시간으로 바뀐 대학 측의 강의 배정 통고는 그에게 어떤 무게로 작용했을까. 그토록 감내하기 어려운 부담이었을까? 대학의 시간강사가 아니면 그 절망을 결코 짐작하기 어려우리라. 정규직 교수의 경우 의무 강의시간이 주당 9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항의 한번 못하고 부담해야 했던 24시간의 강의는 그에게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쓸 수 있는 시간을 모두 앗아가 버린 것이다. 그 순간 그에게 전해졌을 절망이 느껴지지 않는가. 누구보다도 촉망받았을 그, 초등학교 교사로서의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와 오직 학자에의 열망으로 매진했을 그의 꿈조차 파괴되어 버린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대학의 시간강사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바대로 대학강사들에 대한 비인권적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국회는 지난해 상정된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대학강사들에게 교원으로서의 지위를 부여하여야 한다. 대학은 재정문제를 핑계 삼아 대학강사를 착취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여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의 젊은 지식인들을 강의와 연구에 매진할 수 있게 하는 길이고, 우리 대학의 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길이며, 국가 발전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인 것이다.
2008. 3. 12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 하우영
2008.04.0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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