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0일(수) 강사법 저지 임단투 승리 대구권 3개분회 경북대 본관 앞 천막농성 투쟁 돌입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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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구대분회 작성일20-11-02 23:17 조회5,460회 댓글0건본문
1. 제목 : 강사법 저지와 2012 임단협 성실교섭 촉구를 위한 천막농성 돌입 3개분회 기자회견
2. 일시/장소 : 2012. 10. 10 (수) 11:40~12:20 / 경북대학교 본관 앞 천막농성장
3. 식순
- 민중의례
1) 발언 1. 한교조위원장 임순광 : 강사법 관련 경과와 규탄
2) 발언 2. 경북대분회장 정보선 : 임단협 경과와 대학측의 불성실한 교섭 태도 규탄
3) 발언 3. 민주노총대구본부 본부장 직무대행 이재식 : 본부장 구속관련 상황과 연대발언
4) 발언 4. 여성노조: 생활관 노동자 투쟁 상황
5) 발언 5. 아고라: 학생측 연대발언
6) 기자회견문 낭독
7) 구호 제창 및 마무리
4. 주요 참가단체
: 민주노총대구본부 이재식 본부장 직무대행 외 / 한교조 위원장, 경북대,영남대,대구대분회 분회장 및 조합원, 경북대 아고라, 여성노조, 대학노조, 공무원노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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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강사법 시행 중단과 성실 교섭 촉구 천막농성 돌입 기자회견문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악(惡)의 평범성’을 거론했다. 그녀가 볼 때 유대인을 대량 학살한 아돌프 아이히만의 악행은 사전에 고안되거나 고의로 저질러진 게 아니었다. 그 행위가 아무리 괴물 같다고 해도, 아이히만이 보이는 모습은 괴물이나 악마라기보다는 ‘평범’했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타인의 관점에서 생각할 능력이 없었던 사람’이었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사유’도 ‘의지’도 ‘판단’도 할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아렌트는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행위에 대해 사유하지 않는 것도 ‘악(惡)’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평범한 악인(惡人)이었던 아이히만은 ‘히틀러가 시키는 대로 일을 처리’ 했고, 자신의 행위 때문에 수 백 만 명의 유대인이 학살당했음에도 어떤 후회나 가책의 감정도 표현하지 않았다. 아이히만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타인과 미래에 대한 사유 능력의 부재(不在)’와 ‘윤리성의 결여’는 악(惡)이 될 수 있다.
2011년 12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희대의 악법 ‘강사법’이 2013년 1월 1일 시행될 예정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시간강사의 처우개선과 신분보장’을 위해 만들었다는 강사법은 수많은 사람들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 비정규교수노조와 불안정노동철폐연대가 공동으로 학술단체협의회 구성원과 비정규교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474명의 응답자 중 89%가 강사법에 반대하고 있다. 시간강사를 비롯한 비정규교수들의 대표조직인 비정규교수노조는 수년간 강사법 제정과 시행령 작업에 반대하며 투쟁해 왔다. 전교조, 교수노조, 대학노조, 학교비정규직노조, 비정규교수노조로 구성된 교육노조협의회도 10월 5일 교과부 앞에서 강사법 시행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교협도 이날 참석하고 강사법 시행 반대의견서를 교과부에 제출하였다. 10월 8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600여 개 단체로 구성된 ‘반값등록금실현과교육공공성강화를위한국민본부’가 ‘학생, 학부모, 시민단체의 이름으로 강사법 시행에 반대한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반대의견서를 교과부에 발송하였다. 9월 4일자 <교수신문>에 따르면 강사법에 대하여 의견을 밝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12명 중 10명이 “시행령 제정 작업을 중단하고 대체 입법해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강사법에 찬성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무수히 많다. 건국 이래 이토록 많은 반대에 직면한 법이 과연 몇 개나 될까.
반대 이유는 명확하다. 정규교수가 될 사람을 비정규교수로 뽑는 법이므로 개선(改善)이 아니라 ‘개악(改惡)’이기 때문이다. 교원 간 불평등을 법에 명시한(강사는 교육공무원도 아니고 연금 적용도 못 받으며 1년 계약 비정규직) ‘차별법’이기 때문이다. 교원확보율에 포함되는 강사에게 강의몰아주기를 하기 위해 1만 명 이상의 시간강사가 해고되는 ‘사회적 타살법’이기 때문이다. 잔혹한 ‘의자놀이’이기 때문이다. 강사조차 뽑기 귀찮은 대학들이 겸임교수와 초빙교수 확대라는 꼼수를 부려 교원의 정체성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처우개선을 위한 예산배정이 전혀 없는 ‘사기극’이기 때문이다. 대학원생들의 미래를 앗아가고 학문탐구에 매진할 인력 양성을 가로막는 ‘고등교육 파괴법’이기 때문이다. 강좌축소, 대규모 강좌 증가, 졸업이수학점 축소, 학기 기간 단축, 전임교원 담당 강좌 증가를 초래하는 ‘교육/연구 환경 파괴법’이기 때문이다. 강사법은 비용절감과 노동탄압 및 지식인 통제에 혈안이 된 자본과 권력에게만 이로울 뿐 학생, 직원, 정규교수, 비정규교수, 시민 모두에게 해롭기 때문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과 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강사법 시행 작업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하지만 사태가 이러함에도 교과부는 반대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강사법 시행령 제정 작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10월 9일까지 의견수렴을 끝낸 뒤 10월 말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고 공포한다는 계획을 교과부는 미리 발표하였다. 교과부의 담당자들은 ‘그저 시키는 대로 할 뿐’ 비판적 사유 능력을 보여주지 않는다. 잘못된 법에 대해 판단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피해당사자의 입장을 고려하지도 않는다. 문제점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바로잡으려는 의지를 보이지도 않는다. 대학의 의사결정권자들도 마찬가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사법에 문제가 많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분명한 반대 메시지를 교과부에 보내지 않는다. 정부가 정하면 따를 뿐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피해당사자를 배려하는 윤리적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과연 자신들을 정리해고 하는 법이 시행된다고 해도 같은 모습을 보일까? 자신들의 계약기간을 1년으로 단축하고 매년 평가를 하여 호봉제 대신 연봉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가만히 있을까? 자신들이 내뱉는 말과 행동이 타인들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하는지를 도대체 알고나 있을까? 나치 시대의 아이히만은 21세기 대한민국에도 도처에 있는 듯하다.
경북대학교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13차 교섭에서 학교 측은 강사법 관련한 노동조합의 질문에 “우리 대학은 교육과학기술부의 관할아래 설치된 국립학교이므로 법령을 준수할 수밖에 없고, 고등교육법이 시행될 경우 이 법령도 준수하지 않을 수 없음에 대하여 조합 측의 이해를 바란다”고 답변하였다. 우리는 정말 궁금하다. 우리가 대학에서 교육하고 연구할 때 현재 존재하거나 제정되고 있는 모든 법과 시행령에 대하여 다 따르라고만 가르치고 쓰는가. 악법도 법이니 지켜야만 한다고 말하는가. 그런 교육자나 연구자는 권력의 시녀가 아닌가. 악법은 철폐하고 올바로 내용으로 제정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잘못된 법의 시행령이라면 반대의사를 밝히는 것이 지식인의 의무 아닌가. 그런 소금의 역할을 하는 것이 지식인 아닌가. 대학의 의사결정권자들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강사법 반대 의견서를 내고 실천해 달라는 것인데, ‘우리는 시행되면 따를 뿐’이라는 식으로 답변한다면 도대체 대학의 미래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지금이라도 경북대의 의사결정권자들이 지식인으로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학교 측은 정규교수와 비정규교수 간의 차별 해소 노력을 전혀 안 하고 있다. 비정규교수의 대학기구 참여도 보장하지 않는다. 공동연구실 확충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어학교육원 등에서는 비정규교수와의 근로계약서 작성조차 안 하고 있다. 취업규칙 작성과 게시 의무도 위반하고 있다. 조만간 학교 측이 법적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단체협약에 명시된 성적 입력 시기도 수시로 위반하고 논문 게재료 지원도 제대로 안 하고 있다. 비정규교수를 해고(해촉) 할 때도 개강 60일 전에 해야 하는 사항을 안 지키고 있다. 단체협약 미이행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 노조 측이 법적 조치를 하도록 학교가 부추기고 있는 형국이다. 이렇게 법과 기존의 단체협약도 잘 안 지키는 학교 측이 신뢰를 바탕으로 한 성실 교섭을 할 리가 만무하다. 2012년 임금단체협상이 벌써 13회나 진행되었음에도 어느 것 하나 완벽하게 합의된 게 없다. 모르거나, 미루거나, 안 된다고만 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제대로 된 협상이 가능하겠는가. 오늘 우리가 거리로 나와 천막농성을 하는 이유이다.
선생들이 찬 바닥에서 풍찬노숙(風餐露宿)을 하며 생존권 확보와 권리찾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작금의 현실이 개탄스럽다. 허나 어쩌겠는가. 길은 가야만 하고 투쟁해야만 성취할 수 있음을 우린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경북대 본관 앞에서의 농성 투쟁은 2004년(120여 일 진행)과 2009년(50여 일 진행)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이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먼저, 강사법 시행에 반대한다는 경북대학교의 의견서를 제출하라는 것이다. 지성인들이 산다고 믿는 대학에 아직 양심이 살아 있음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두 번째 요구는 학교 측이 좀 더 사람을 존중하는 자세로 임단협에 성실하게 임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정규교수의 노예나 하인이 아니다. 우린 거지가 아니다. 우린 비정규직 노동자이면서 교육자고 연구자고 학자이다. 제대로 생활하고, 연구하고, 교육할 수 있도록 학교 측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재정을 투여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성실하게 교섭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학교 측의 성실교섭을 촉구한다. 우리는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점차 수위를 높여가면서 싸울 것이다. 학교 측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 않도록’ 현명하게 처신할 것을 기대한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시간강사 대량해고법 강사법을 반대한다!
경북대는 교과부에 강사법중단 요구하라!
비정규 교수에게 생활임금 보장하라!
경북대는 지금즉시 성실하게 교섭하라!
경북대는 단체협약 성실하게 준수하라!
강좌증설 공간확대 교육연구환경 개선하라!
2012년 10월 10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2012.10.1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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