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9월7일 교과위 고등교육법 개악안 상정 관련 노조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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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구대분회 작성일20-11-02 21:00 조회5,484회 댓글0건본문
고등교육 파괴의 5적(이명박, 이주호, 변재일, 안민석, 서상기)은
대 국민 사기극을 멈추고 정부 개악 안을 즉각 폐기하라!9월 7일은 아들을 잃고 노동자를 품은 진정한 민중의 어머니, 故 이소선 여사의 장례식 날이다. 생전에 비정규직 차별하지 말라고 호통을 치시며 투쟁하시던 어머니의 운구 앞에서, 이제 대학 교수들도 1년짜리 시급제 비정규직 교수로 전락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게 될 지도 몰라 비통한 마음 금할 길 없다. 전태일 열사는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학생과 지식인에게 도움을 청하였는데, 이제 그 교육자, 학자, 지식인마저 시간제 노동자로 전락하는 현실에 억장이 무너진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해야 교육자와 노동자들이 원하는 세상을 여는 건데, 오히려 정규직마저 비정규직으로 되는 상황을 목전에 두게 되니 분노의 눈물이 흐른다. 비정규 교육 노동자들을 양산하고 착취하도록 법제화함으로써 탐욕에 찌든 대학 자본의 축적만 보장하는 이명박 정권과 사이비 민주 국회의원들에 대한 심판의 날을 정말이지 하루라도 앞당기고 싶다.
대학 교육은 교수의 질을 넘어서기 어렵다. 교수의 학문적, 교육적 질은 신분 보장과 고용 및 생활 안정과 밀접하다. 그렇기에 헌법에서도 교원의 지위는 법률로 정하게 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는 교원에 대한 각종 우대 조치역시 시행해 왔지 않던가. 하지만 2011년 9월의 한국 정부와 국회는 역사의 흐름을 거꾸로 되돌려 박정희 독재정권이나 하던 짓을 되풀이 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오늘 ‘고등교육 파괴의 5적’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첫 번째 인물은 이명박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 청와대에서 2011년 3월 22일 천인공노할 정부 개악 안을 확정지음으로써 고등교육 완전 파괴의 계기점을 마련했다.
두 번째로 거론할 사람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장관이다. 그는 국회의원 시절, 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한다는 법안을 발의만 하고 통과 노력은 제대로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장관이 된 후 문제 많은 사회통합위원회 안보다도 훨씬 후퇴한 정부 개악 안을 기초하여 현재적 문제를 야기한 장본인이 되었다. 신자유주의로 무장한 그가 움직이면 고등교육이든 초․중등교육이든 모두에게 마이너스의 결과가 초래된다.
세 번째 인물은 의외로 등장하였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교과위) 위원장인 변재일 민주당 의원이다. 사실 그는 2011년 이전에는 비정규 교수 문제에 있어 주변적 인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장 앞장서서 각 의원들에게 ‘개악의 복음’을 전파하고 있다. 우린 도대체 왜 그가 이리 막무가내로 서두르는지 그 배경을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전임교원 대신 값싼 비전임교원을 활용하여 비용 절감을 획책하려는 사립대학들과의 부적절한 접촉이 없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네 번째 사람은 안민석 민주당 의원(야당 통합 간사)이다. 4월 26일에 안민석 의원은 대학의 교육자들과 학자들을 철저히 배신했다. 그 동안의 입장을 바꾸어 국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정부 개악 안에 대해 전격적으로 합의해 준 것이다. 그 대가가 무엇이었는지는 몰라도 그는 이제 ‘대학 파괴 5적’ 중 하나로 남아 씻을 수 없는 오명을 갖게 될 것이다.
마지막 5적은 한나라당의 서상기 의원(한나라당 간사)이다. 대구에 지역구를 둔 그는 한나라당의 간사로서, 정부 개악 안을 안건 상정하고 통과시키는 데 기여하였다. 이로써 그는 대구권에 살고 있는 비정규교수노동조합의 구성원 1,100여 명의 주적이 될 수밖에 없다. 만약 개악 안이 통과될 경우 다음 선거에서 그를 볼 수 있을 가능성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동안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교과부 앞 농성(2010년 10월~11월, 2011년 6월), 1인 시위, 기자회견, 집회(비정규교수대회) 등을 통해 정부 개악 안에 반대하며 대안으로 '연구강의교수제' 도입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개선은커녕 개악 안을 4월 26일에 국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시켰고 4월, 6월, 8월 임시국회 때 각각 교과위 전체회의에서 정부 개악 안을 통과시키려 시도했다. 특히 지난 8월 24일 교과위 전체회의에서 기습적으로 통과시키려 하다가 여러 단체의 반발에 부딪쳤고 뒤늦게 공청회를 8월 31일에 열어 의견을 청취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공청회는 개악 안 통과를 잠시 연기하는 조치에 불과할 뿐, 9월 7일에 다시 안건을 상정해 고등교육 파괴 시도를 하고 있다.
18대 교과위 소속 국회의원 대부분은 덧셈과 뺄셈부터 제대로 배워야 할 것이다. 나아지는 것과 나빠지는 것을 합산하여 개선인가 개악인가를 판명해야 하는데, 아주 조금 나아지는 것만 강조하며 매우 많이 나빠지는 것에 대해서는 애써 침묵하는 저의는 도대체 무엇인가. 이번 법 개정으로 강사에게 나아지는 것이 6개월에서 1년 계약으로 바뀌는 것 말고 무엇이 더 있는가? 임금이 대폭 오르는가? 교권이 있는가? 연구실은 주는가? 도대체 어떤 것이 더 개선되는가?
이 법 덕분에 강의료가 상당히 오른다는 헛소리는 그만 했으면 좋겠다. 관련 예산이나 제대로 배정하고 그런 말을 하기 바란다. 2010년에도 강의료 예산 대폭 올렸다고 언론에서 대서특필 했지만 실제 2011년 예산은 줄어들었다. 게다가 강사 80%를 차지하는 사립대에 대한 지원책은 전무하다. 시간급을 받는 강사가 시간강사인데 시간급을 주면서 명칭만 강사로 바꾸면 처우가 개선될듯 주장하는 자들이 이 나라의 국격을 땅에 떨어뜨린다. 국회와 정부는 사기꾼들만 있는가!
법 개정으로 4대 보험 보장 한다고도 강변하지 마라. 정부는 직장 국민연금도 절반의 강사를 배제시켜 버렸다. 이번 법 개정을 해도 전업 강사 중 일부만 적용될 뿐, 대다수는 배제된다. 더욱이 직장 건강보험 적용은 이번 법 개악과 관계없이 관련법 시행령만 개정해도 가능하다.
반면 이번 법 개정으로 인해 나빠지는 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첫째, 앞으로 정규 교수가 될 길이 사라진다.
현 정부 안은 시간급을 받는 저임금 강사를 교원충원률 계산할 때만 전임교원처럼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향후 5년 간 국가재정운영계획을 보면 고등교육부문예산은 다른 부문에 비해 상당히 증가액이 적다. 정부가 앞장서서 비정규 교원을 양산하려한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사립대 대부분도 비용 절감과 교원 통제를 위해 기존의 전임교원 대신 강사를 채용할 것이기에 우리와 후배들에게 나은 미래는 사라지게 된다. 우리는 결코 미래를 팔아 오늘을 잠시 살고 싶진 않다!
둘째, 기존의 전임교원과 강사 간 차별이 법제화된다.
정부 개악 안에는 강사에 대한 실질적 교권 부여와 처우 개선책에 대한 언급이 없다. 하다못해 재정추계도 없다. 그저 대학의 자율만 기대할 뿐이다. 지난 40년간 강사를 제대로 대우한 대학이 있었던가? 없다! 이번에는 한 술 더 떠 교원 간 차별을 법으로 정하겠다고 하니, 무지하거나 실성하지 않은 다음에야 누가 그것을 개선이라 하겠는가!
셋째, 강사 간 차별 심화와 대규모 해고 사태가 벌어진다.
현재 논의 중인 정부 안이 그대로 집행될 경우 먼저 강사를 뽑고 그들에게 일정 담당시수를 몰아주기 위해 기존의 강사 중 상당수가 해고된다. 그리고 강사와 일반 전업강사, 전업강사와 비전업강사, 국립대 강사와 사립대 강사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된다. 특히 비전업강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더욱 양산된다. 비전업의 범주를 넓히면서 기존 전업강사의 비전업강사화를 획책하는 시도는 서울대, 부산대 등 이미 여러 대학에서 발견되고 있다.
넷째, 개정안은 사실상 1년 기간제 강의전담교수제에 다름 아니다.
정부 개악 안은 강의만 전담하는 교원을 강사로 하여 그가 한 학교에서 최소 9시간 이상(예상컨대 12시간~15시간) 담당하는 1년 기간제 강의 전담교수제 도입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2010년 10월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노조와의 공식 면담에서 기간제 강의전담교수제 도입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지금 추진 중인 정부 개악 안은 사실상 강의만 전담하는 1년짜리 시급제 교원에 다름 아니다. 참으로 믿을 수 없는 사람이다. 이 제도가 확산되면 중단기적으로 기존의 시간강사 중 절반 이상은 구조조정의 대상자가 될 것이다. 또 지나치게 많은 강좌를 담당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노동착취와 함께 교육의 획일화와 단순화 그리고 강좌의 대규모화를 불러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다섯째, 사립대와 국립대 모두에 대한 재정 지원책 없이는 대량해고와 교육․연구 환경 파괴만 가져온다.
재정 지원이 없을 경우 대학은 전임교원의 시수를 늘리거나, 강좌 수를 축소하거나, 최대수강인원을 늘리거나, 폐강기준을 강화하거나, 교양필수 과목을 없애거나, 졸업이수학점을 줄여서 비용을 절감하려 할 것이다. 이는 곧 교육․연구 환경의 파괴를 불러 온다. 사립학교 중.고등학교 교사 인건비를 국가가 지원하는 것처럼 교부금 제도를 신설하고 고등교육재정을 확충하여 비정규 교수에게 인건비를 직접 지원해야 할 것이다.
결국 현재의 정부 안은 한 걸음 전진이 아닌 백 걸음 퇴보이며, 더 나아가 비정규 교수들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에 즉각 폐기해야 한다.
문제해결의 가장 올바른 방향은 고등교육재정을 OECD 평균 수준만큼 대폭 확충(GDP대비 0.6%->1.2%)하여 전임교원을 필요한만큼 확보(법정교원충원률 100% 달성)하고, 교원 1인당 학생 수를 선진국 수준만큼 (38명->15명) 줄여 나가는 것이며, 그렇게 가야 교육과 학문의 안정적 재생산이 가능하고 비정규 교수의 정규직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개정안에서는 그런 방향을 읽을 수 없다.
백번 양보하여 당장에 비정규 교수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전임교원 충원률 100%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2년 계약과 평가를 통한 재계약, 생활임금과 교권을 보장하는 연구강의교수제’나 ‘국가(연구)교수제’ 등의 대안을 도입하여 얼마든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등록금이 문제라면 비정규 교수의 인건비를 정부가 직접 지원하고 그만큼 등록금을 깎아주면 될 것이다.
하지만 국회와 정부의 시계는 50년이나 거꾸로 흐르고 있다. 1962년 박정희 군부 정권이 쿠데타 직후 시간강사 제도를 만들었던 시절로 회귀하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에겐 ‘대학판 희망버스’가 필요하다. ‘교육 혁명’이 필요하다. 비리재단이 판칠 수 없는 대학, 비정규직이 없는 대학, 교수와 학생이 교육과 학문 탐구에 전념할 수 있는 대학, 등록금 걱정 없는 대학, 시민들에게 문턱이 낮은 수많은 국․공립 대학을 건설하는 일은 현재의 위정자들에게 정치를 맡겨서는 절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2011년 9월 7일 이소선 어머니를 떠나보내며, 전태일 열사를 기억하며 우린 우리의 길을 걸어간다. 교육 혁명의 대장정을 결의한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기성 정치판에 대해 배타적 입장을 견지하며, 우리의 힘과 연대 세력을 모아 열사와 어머니가 열망한 세상과 대학 건설에 매진할 것을 약속한다.
끝을 알 수 없는 길이 안개와 어둠으로 뒤덮여 있을 때, 절망하지 않고 인간답게 그 길을 걸어가도록 해 주는 원동력은 우리 내면의 양심과 연대의 손길이다. 우리는 연대하기 때문에 인간이고, 우리가 연대해 왔으므로 인간의 역사도 진보해 왔다. 전태일 열사가 병상에서 어머니께 남긴 마지막 말이 노동자와 학생이 단결하도록 힘써달라는 것이었다. 당시에 학생은 지식인이었다. 교육 혁명의 대장정에서 아직은 연대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지식노동자, 교육노동자가 수줍게 내민 손을 동지들이 뜨겁게 잡아줄 것이라 확신한다. 노동자-학자 단결투쟁, 신자유주의 끝장내자!
시간제 교원 양산법, 정부 개악안 폐기하라!
비정규 교수도 사람이다. 생활임금과 고용안정 보장하라!
비정규 교수도 교육자다. 교권을 보장하라!
시간강사제도 철폐하고 연구강의교수제 도입하라!
2011년 9월 7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2011.09.07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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