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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구대분회 작성일20-10-08 16:33 조회12,0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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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강사의 교원법적지위 확보를 위한 범국민서명운동을 시작하며


안녕하세요? 국민여러분
저희들은 전국의 각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대학강사들입니다.
오늘 우리들은 대학 안에서 유령처럼 취급받고 있는 대학의 비정규교수(일명 ‘시간강사’인 대학강사)들에 대한 차별적 사정을 알리고 이에 대한 시정과 제도개선에 국민여러분들의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리기 위해 범국민서명운동을 전개하고자 합니다.

우선 대학강사(시간강사)로 대표되는 대학안의 비정규직 교육전문가, 비정규교수들의 처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2005년을 기준으로 한다면 전국에 약 4만 명의 시간강사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중 박사학위를 소지한 사람들의 비율이 35~40% 정도 됩니다. 평균 연령은 40대 초반이고, 1주일에 2~3개 대학에 나가 10시간 내외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대학 이를테면 사립대의 경우에는 전체 개설강좌의 40% 내외, 국․공립대의 경우에는 전체 개설강좌 중 30% 정도를 각각 대학강사들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계약기간은 보통 한 학기지만 정확히 6개월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계약방식은 임금과 노동조건에 관한 근로계약서를 써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화상의 구두계약이 태반입니다. 그렇게나마 계약을 해도 아무 연락도 받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강의가 없어진다거나, 강의를 배정받고 난 뒤에도 폐강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강의를 할 수 없는 경우도 많이 겪고 있습니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는 가입되는데(비록 국․공립대 중심의 일부 대학에 불과하지만) 정작 많은 돈이 들어가는 직장국민연금과 직장건강보험에는 가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퇴직금 또한 거의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교에 차를 몰고 들어가면 ‘시간강사’, ‘강사’, ‘외래교수’ 등의 기분 나쁜 명칭을 그나마 확인할 수 있지만, 정작 대학의 교직원 현황표에서는 제외됩니다. 교원도 아니고 직원도 아닌 존재라는 것이겠지요. 당연히 대학의 교직원들은 대학강사를 같은 식구로 보지 않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학운영을 책임진 사람들은 우리들에 대해서 ‘보이긴 하는데 실체는 불분명한 유령’취급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의 주요 자원분배나 핵심 정책결정을 할 때 우리들에 대한 고려는 최하위 순위에 배치되는 것이 일상사입니다. 먼저 정책결정에 대한 권한을 보겠습니다. 급변하는 세계의 흐름에 부응하는 교과목개편과 학교의 각종 중요정책을 결정하는 권한이 비정규교수인 우리들에게는 없습니다. 학과 회의조차 못 들어가죠. 그러니 총장선출권 같은 것은 꿈도 꾸기 힘든 상태입니다. 공간은 어떨까요? 수업준비와 휴식 및 상담을 위한 휴게실의 상태는 대부분 부실하고, 공동연구실은 거의 없거나 유명무실해 안정적인 학생지도와 연구활동이 어렵습니다.

임금은 어떻겠습니까? 2004년 6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문에 따르면 정규직 교원의 임금에 비해 최소 5배에서 최대 10배 정도의 차별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를 들어 Y대의 정규직교수 600여명의 명절휴가비가 10억인데 비해, 그 대학 500여명 비정규교수(대학강사)의 연간 강의료 총액이 40억입니다. 정규직교수의 이른바 떡 4개 값으로 비정규교수들이 1년을 먹고 사는 것이지요. 대학강사들의 1인당 연간 강의료 수입은 평균 1,000만원을 넘기기가 어렵습니다. 턱 없이 낮은 강의료도 문제지만 방학 중에는 그나마 그것도 지급되지 않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다른 일을 병행해 필요한 생계비를 충당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여러 대학에 나가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이동하는데 허비하고, 먹고 사는 문제와 자녀교육비를 해결해야 하기에 안정적인 연구활동을 하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비정규교수들이 일정한 정도의 연구성과를 내고, 특히 강의평가에서도 전임교원들에 비해 별로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저희들이 이런 상황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 어떤 사람들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 무너져 가는 절(대학)을 고쳐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권리(교육권, 인권, 노동권)를 누릴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하는 바 입니다. 이는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을 비롯한 여러 교수단체에서 대학교육개혁을 그토록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 출발점은 가장 열악한 처지에서도 고군분투하며 현재의 대학을 그나마 지탱시켜주고 있는 비정규교수들에게 최소한의 법적 지위를 보장해 주어 더욱 알찬 강의준비와 연구활동에 주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사실 1949년 제정된 교육법에서 교원이었던 ‘강사’는 전임강사와 시간강사로 구분되지 않았었습니다. 1977년에 교육법상 교원이었던 강사를 전임강사로 바꾸고, 1997년 고등교육법을 새로 제정하면서 이를 한 번 더 확정함으로써 시간강사가 완전히 교원에서 제외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학강사는 1977년 이전에는 실질적인 ‘교원’이었었습니다. 이 지위를 먼저 회복시켜야만 대학강사가 대학사회의 건강한 감시자로서 역할을 수행하여 현재 대학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부조리를 조금이나마 바로잡는 첫 단추를 채울 수가 있습니다.

우리들은 대학강사로 대표되는 비정규교수들에게 법적으로 ‘교원’지위를 부여할 경우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많이 발생하리라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그 명칭부터 시작하여 계약기간, 임금, 권한, 연구공간, 인사관리, 일부 대학의 반발, 대학질서의 재편, 재원확보 등등이 그러한 것들입니다. 어찌 보면 너무나 해결해야 될 문제가 많아서 대학강사의 ‘교원’지위 확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당장 현실적으로 그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이유로 현재의 상태를 방치하는 것은 대학강사인 저희들의 권리뿐만 아니라 국민여러분들의 교육받을 권리마저도 어쩌면 영원히 제대로 확보될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비정규교수에 대한 교원법적지위부여는 현실의 장벽을 뛰어 넘어 해결해야 할 과제이며 그것을 통해서 대학강사의 기본적 인권의 보장과 국민의 고등교육권 확보, 나아가 진정한 대학교육개혁을 이룰 수가 있을 것입니다.

이미 2006년 2월,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이 학교자치법안을 통해 대학강사를 교원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발의한 적이 있었습니다. 또한 2006년 6월에는 열린우리당 이상민 의원도 전임강사와 시간강사를 통합한 연구교수를 교원에 포함하는 법안을 발의하였습니다. 다른 당에서도 이와 유사한 법안을 제출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에 우리들은 국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초당적으로 해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입니다. 이와 함께 정부와 모든 공교육기관 관계자들도 이 문제에 대해 개선의 의지를 보여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하는 바입니다.
마지막으로 대학강사의 문제는 정부, 국회, 교육기관 관계자에게만 맡겨 놓을 수가 없습니다. 그들이 이 문제에 대해 진정한 해결의지를 가지고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대학교육의 한 주체인 우리들이 가열 차게 싸워나갈 것입니다. 이러한 우리들의 활동에 국민여러분들의 성원과 적극적인 지지, 관심을 부탁드리며 그러한 의지의 표명으로 서명을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2006년 10월 20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교원법적지위쟁취특별위원회

www.kipu.or.kr  053-810-3578(본조), 02-2069-1316(교원법적지위쟁취특별위원회) 

 

 

 

2006.10.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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