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8월9일 대학강사 대량해고 야기하는 강사법 폐기와 강사의 실질적인 교원화를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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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구대분회 작성일20-10-10 08:15 조회10,017회 댓글0건본문
대한민국 ‘乙’ 중의 ‘乙’, 대학 시간강사를 보라!
- 대학강사 대량해고 야기하는 강사법 폐기와 강사의 실질적 교원화를 촉구한다. -전국 대학에서 2013년 2학기 대학 시간강사 위촉이 마무리되었다. 그 결과는 참혹하다. 인제대학교는 3학점 이하 강좌를 담당하는 강사 189명을 정리해고하였고, 전남대학교는 40여명을 부당해고하였다. 그뿐 아니다. 조선대학교는 대학재정을 메우기 위해 올 1학기부터 수 십 수 백명 강사의 해고를 전제로 구조조정을 단행 중에 있으며, 부산대에서는 교육과정 개편이라는 이름으로 강사 수를 무자비하게 줄이려 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결성된 대학이 이럴진대 다른 대학은 더욱 심각할 것이다. 대학 교육과 연구 발전에 몸담아왔던, 대학의 교육혈맥이자 대학의 교육뿌리인 강사의 존재감이란 대학에서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우리는 단지 비용절감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우리는 누구인가? 학문 성취의 자긍심과 후학 양성의 보람으로 적게는 수년 많게는 십수 년을 대학에 몸담아온 연구자이자 교육자이다. 우리는 누구인가? 대학 전임교원과 함께 대학교육의 양 축이자 학문후속세대의 버팀목이다. 비록 정규직 교원이 아니어서 그 흔한 수당도 없고 1년 52주 가운데 22주를 아무런 보수 없이 지내고 있지만 오직 학문 정진과 교육 열정의 정신으로 대학의 숨길을 이어왔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는 무참히 버려지고 있다. 우리는 한없이 길거리로 내쫓기고 있다. 우리가 쌓아올린 연구 업적들은 무참히 난도질 당하고 있다. 진리 수호의 전당이자 희망의 불꽃을 키워야 할 대학마저 살인해고라는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
우리는 비정규직이다. 강의를 할 지 못할 지 전화 한 통화나 이메일 통지로 생존권이 결정되는 산업예비군이다. 기간제 근로자에도 포함되지 않고 단시간 근로자의 지위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단시간 시간급 노동자이다. 일반비정규직이 2년을 일하면 그나마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지만 이마저 박탈당한 채 6개월 단위로 생계를 유지하는, 우리 시대 최말단 일용잡급직의 벼랑 끝에 서 있다. 아무런 법적 보호도 그 흔한 제도적 안전장치도 없는 비루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乙’의 문제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하다지만 대학의 강사는 ‘乙’ 중의 ‘乙’인 것이다.
국회는 대학 강사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고 처우를 개선한다는 명분으로 2011년 고등교육법을 개정하였다. 이 법에는 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고 임용 기간을 1년으로 늘린다고 되어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그럴 듯하다. 그러나 이 법안은 임용 기간을 단지 6개월 더 연장한 것에 불과하고, 14조 2항에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을 적용할 때에는 교원으로 보지 아니한다.”고 못 박은 것처럼 교원이라면 보장되어야 할 주요한 법적 권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불구의 법이었다. 무엇보다 이 법은 정규직 전임교원으로 충당해야 할 자리를 비정규직 강사로 고착시킴으로서 대학 교육을 파행으로 몰아넣고 있을 뿐 아니라, 전국의 대학들이 이 법의 시행에 맞추어 2012년~2013년 2년 동안 강사를 대량 해고하는 사태까지 촉발하고 있다. 강사를 위한답시고 만들어진 법이 오히려 강사를 죽음의 골짜기로 몰아 넣어버린 것이다.
이제 할 일은 분명해졌다. 지금 바로 이 법을 재개정해야 한다. 독소조항을 삭제하고 대학 강사를 실질적으로 교원화하는 법안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견실하고 빈틈없는 법안을 만들 시간이 촉박하다면 법 시행을 몇 년간 늦추는 부칙 조항을 개정해서라도 저 피비린내나는 강사 해고의 학살극을 멈추도록 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대들이 국민의 공복이고 선량을 자처한다면 우리의 요구에 귀 기울이기를 촉구한다.
우리는 전국 10만 강사의 목소리를 담아 그대들에게 요구한다.
교육을 돈으로 재단하는 교육시장화의 폭주기관차를 멈추고 교육혁명의 대열에 함께 서자. 교육공공성의 희망이 되살아나도록 근본적인 성찰과 실천적인 연대를 만들어가자. 대학교육의 근간이자 연구 역량의 중핵인 대학 강사의 교원지위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법안을 만들도록 머리를 맞대자. 우리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이 수 년 간에 걸쳐 다듬고 손질해 놓았던 <연구강의교수제> 법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자.
교육부와 국회에 다시 한 번 촉구한다. ‘甲’인 대학과 ‘乙’인 강사는 상하관계나 종속관계가 아니다. 대등한 교육주체이자 교육공공성의 양 수레바퀴다. 대학교육노동력 착취의 비정한 관계를 끝장내고 우리의 손으로, 우리 세대에서 대학 교육을 바로 세우자.
2013년 8월 9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2013.08.1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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