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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개악된 고등교육법 폐기와 대체법안 발의를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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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구대분회 작성일20-10-09 19:21 조회10,0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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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악된 고등교육법 폐기와 대체법안 발의를 촉구하는 교육운동단체 공동 기자회견문]



국회는 껍데기뿐인 현행 개정 고등교육법을 즉각 없애고
‘연구강의교수제’ 대체법안을 조속히 발의하라!



현행 개정 고등교육법 (소위 ‘강사법’)은 교육노동력을 착취하는 희대의 악법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비정규직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면서 비정규직보호법안을 통과시킨 이래 이 법안은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법이 아니라 오히려 비정규직을 양산한 법이 된지 오래다.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한다면서 18대 국회에서 개정한 고등교육법은 대학 강사들이 시간급 비정규직으로 평생을 살아가도록 강제하는 희대의 악법이자 죽음의 법안이다.

국회는 비정규직보호법에서 대학 강사를 제외시키더니, 이제 고등교육법 개정안으로 아예 관을 못질하였다. 한강 다리에서에서 몸을 던지고, 바람 부는 야산에서 육신을 누이고, 야만의 동아줄에 매달려 강사들이 죽어나가는 동안, 수천수만의 강사들이 김밥과 컵라면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며 이 대학 저 대학을 전전하는 동안, 연구실 하나 없어 벤치에 앉아 학생들과 리포트를 상담하는 동안, 강의료를 받지 못하는 방학 4개월 동안 그래도 책볼 시간이 많아서 좋다며 스스로 위로하는 동안, 국회의원들과 교육 관료들은 무엇을 해 왔는지 묻고 싶다. 지난 3년 동안 교육부와 국회 앞에서 비바람 맞아가며 인간답게 살고 싶고, 어깨 펴며 강의하고 싶다고 길바닥에서 외치는 동안 국회의원들과 교육 관료들은 어디를 바라보고 있었는지 다시 묻고 싶다. 교육노동력을 합법적으로 착취하도록 장려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태어나서는 안 될 법이었다.


강사법은 정규직 교수 1명을 비정규직 강사 3명으로 맞바꾸는 법이다.

강사법은 대학 강사를 대학 교원으로 인정한다고 되어 있다. 교원이라면 이에 상응하는 법적인 보장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이 법에는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을 적용할 때에는 교원으로 보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어 교원에게 보장되는 주요한 법적 권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교원이라면 마땅히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국가가 나서서 고용을 보장하고, 함부로 해고하지 않도록 법적인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 ‘강사법’은 현재 6개월 단위의 위촉 기간이 단지 1년으로 늘어날 뿐 대부분의 강사가 수 년에서 십수년 동안 강의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보면 무의미한 법률인 것이다. 한마디로 ‘강사법’은 월급제도 아니고, 퇴직연금도 없고, 단지 1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것에 불과한 빈껍데기 법률이자, 기만적인 법률이다. 무엇 때문인가. 교육의 책임성을 돈과 맞바꾸기 때문이다. 70%도 되지 못하는 교원충원률에 불과한 대학이 정규직 교수를 충원하는데 힘쓰지 않고 한 사람을 채용하는데 소요되는 돈으로 강사 세 사람을 고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사법’은 강사의 구조 조정과 대량 해고, 대학원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무엇보다 ‘강사법’에는 예산이 뒤따르지 않고 있다. 강사를 교원으로 본다면서 이에 수반되는 고등교육재정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은 채 대학보고 알아서 하라고만 강요하고 있다. 예산이 확보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강의료를 인상하고 어떻게 강사 연구실을 마련한단 말인가.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각 대학에서 강좌 수를 축소하고 수강인원을 늘리는 식으로 예산을 줄이는 통에 상당수의 강사들이 해고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으며, 전임교원들이 초과강의를 하게 됨으로써 대학의 교육과 연구 환경이 삭막해지기에 이르렀다.

더욱 가관인 것은 교육부는 지난 해  9시간 이상 강의하는 강사의 20%를 교원확보율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시행령을 만들면서 이 때문에 강사의 고용안정성이 증대할 것이라며 그야말로 교육자본의 편에 서서 대학의 교육과 연구를 황폐화시키는 만행을 저지를 뻔하였다. 세상에 어떤 대학이 강사의 20%를 전임교원으로 인정해준다는데 정규직 교수를 뽑는단 말인가. 오히려 9시간 이상 강의 몰아주기가 자행됨으로써 강사의 대량 해고로 이어질 것이고, 국립대나 4년제 주요 사립대학교에서 구조조정이 발생하면 여기에서 밀려난 기존의 강사들이 다른 대학에서 강의하게 될 것이므로 석사과정 수료나 박사과정생과 같은 후배 강사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결국 ‘해고의 도미노’가 가속화될 것이고, 대학원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어느 대학원생이 10년 가까이 공부하고 1년에 2천만원도 되지 못하는 비정규직 직장을 원한단 말인가. 사정이 이럴진대 대학 강사들에게 교육과 연구의 자부심을 운운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하기에 전국 대부분의 대학들조차 이 법안이 가져올 교육의 몰락을 걱정하여 강사법 시행을 유보해달라거나 반대하는 의견을 제출한 것을 국회와 교육부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강사법을 당장 없애고 대체법안을 조속히 발의할 것을 촉구한다.

고등교육법은 저 억울하게 숨져 간 대학 강사들의 묘비에 자랑스러운 이름으로 새겨져야 한다. 고등교육법은 민주와 정의, 교육 평등의 성스러운 이름이어야 한다. 국회는 전국 10만 여 시간강사의 명줄과 대학 교육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이 법안의 숭고함을 잊지 말기 바란다.

국회는 지난 해 강사법 시행을 1년 유예하였다. 스스로 이 법안이 문제가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를 대신할 법을 발의할 차례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직무유기이다. 이제 국회는 선택해야 한다. ‘갑’의 편에 서서 교육노동력 착취의 비정한 대학 교육 현실을 외면하는 수치스러운 19대 국회로 남을 것인지, ‘을’에 편에 서서 교육공공성을 회복하고 대학 교육 정상화의 깃발을 높이 들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회로 거듭날 것인지.

다시 한 번 촉구한다. 1년 유예된 현행 개정고등교육법을 즉각 폐기하고 하루빨리 ‘연구강의교수제’를 발의하기 바란다.


2013년 5월 30일

교육혁명공동행동/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학술단체협의회/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전국교수노동조합/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국대학노동조합/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2013.06.0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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