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 호소문- 조합원 여러분 시간강사법 시행 저지 활동에 집중해 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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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구대분회 작성일20-10-10 16:09 조회9,389회 댓글0건본문
조합원 여러분,
이 말씀 드리기가 참으로 죄송합니다만 ‘안녕들’ 하십니까?
교육부가 2012년과 2013년에 이어 지난 10월2일에 ‘시간강사법 시행령 입법예고’를 했습니다. 2012년 8월의 시행령 공청회 날 우리의 강력한 투쟁에 의해 시행령 공청회가 무산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교육부는, 이제 공청회 같은 건 하지 않고 밀실에서 이리저리 시간을 보내다가 때가 되면 슬그머니 시행령 입법예고만 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아시다시피 이번 시행령 내용도 2013년 것을 그대로 베끼다시피 했습니다. 자세한 비판은 본조 홈페이지의 공지사항에 있는 기자회견문이나 시행령 관련 자료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악법에서 선한 시행령이 나올 수 없습니다. 엉터리 시행령의 모법인 시간강사법 자체를 하루빨리 폐기해야만 합니다.
사실 시간강사법 시행 이전에도 교육부는 학문이나 교육과는 무관한 각종 비정규교수 탄압 악행으로 우리를 길거리로 내몰고 대학을 붕괴시키고 있습니다.
첫째, 교육부는 몇 년 전 대학평가지표에 전임교원강의담당비율이란 터무니없는 기준을 집어넣었습니다. 이로 인해 1만 명 이상의 비정규교수가 담당할만한 강좌가 우리 손을 떠났습니다. 그 강좌의 담당 의무는 고스란히 정규교수에게 전가되어 정규-비정규교수와 학생 모두가 노동과중, 해고, 수업의 질 하락의 피해를 각각 입고 있습니다.
둘째,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개악!)정책이라는 걸 펴면서 강제로 대학의 정원을 줄이고, 학과를 통폐합하고, 취업률 지상주의에 걸림돌이 되는 인문계열과 기초학문에 대한 탄압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8월31일에는 불투명한 제멋대로식 대학구조개혁(개악!) 평가결과를 발표하였지요. 어떤 분들은 본인이 주로 강의를 하는 대학이 높은 등급을 맞아 기쁘실지 모르겠지만, 그 등급을 받은 대학들은 앞으로 엄청난 돈이 지원되는 프라임 사업 혜택을 받기 위해서 인문계열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할 거란 점을 잊으시면 안 될 것입니다. 우리에겐 혜택 없이 고통만 돌아올 뿐인 현재의 대학구조개악 정책을 폐기시켜야만 합니다. 당연히 대학구조개혁(개악!)법도 폐기시켜야 하겠지요.
셋째, 수년 전에 교육부는 비정년트랙교수 중 형식적으로 재계약횟수 제한이 없고 사학연금 적용을 받는 사람을 전임교원으로 간주하는 행정적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비정년트랙전임교원이란 해괴한 이 제도로 인해 이제 대학교수직의 기간제비정규직화는 전면화 되고 있습니다.
이번 국정감사 기간 중 발표된 김태년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임용된 전임교원 60% 이상이 비정년트랙전임교원입니다. 매년 5~10%씩 신규임용자 중 비정년트랙교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비정년트랙 교수에게 강의몰아주기가 진행되어 비정규교수 상당수가 해고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우리 조합원들이 해고되었습니다. 비정년트랙전임교원제도는 즉각 폐기되어야 할 폐습입니다. 모두의 미래를 팔아 자신의 오늘을 잠시 살기 위해 이런 제도를 옹호하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비정년트랙전임교원제도는 일부를 위해 상당수를 희생시키는 잘못된 제도입니다. 저는 비정년트랙 교수 개인을 비난하는 것이 아닙니다. 잘못된 제도 하에서는 모두가 피해자입니다. 지금의 비정년트랙교수 상당수는 정년트랙전임교원으로 뽑혔어야 할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장 자신의 목이 마르다고, 다른 사람의 물을 빼앗아 먹도록 하는 잘못된 제도를 옹호한다면 악습을 유지시키는 공범이란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하루빨리 전임교원은 정년트랙만 존재하도록 모든 비정규교수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강사제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강사제도는 비정년트랙전임교원제도보다 더 못한 최악의 교원제도입니다. 규모도 비정년트랙전임교원제도보다 훨씬 크므로 그 피해 역시 수만 명의 비정규교수에게 미칠 것이 확실합니다. 동시에 학문기반을 붕괴시키고 교육의 질을 저하시키며 대학에서 올바른 목소리를 낼 수 없도록 압박을 가하게 될 것입니다. 시간제교수제도인 강사제도가 법제화되면 초‧중등학교까지 금방 파급될 것이고 공공기관 역시 마찬가지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시간제교사와 시간제공무원제도는 그렇게 대폭 확대될 것이기에 막아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대학에서 부당하게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 제대로 된 교육자와 학자로 살아가기 위해서 시간강사법부터 시행을 저지시켜야 합니다.
이 악법을 막을 수 있느냐는 질문은 더 이상 하지 맙시다. 막을 수 있으니까요. 우린 우리 힘으로 두 번이나 막아왔으니까요. 어떻게 막느냐,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집중합시다. 지금은 예년보다 조합원 여러분 개개인의 능동적 실천이 훨씬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전에는 대선도 있었고 우리에게 운도 좀 좋은 편이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시간강사법을 시행하자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하며 국회의원들을 압박하는 자들도 있고, 그런 자들을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으며(자신들은 강사로 뽑힐거라 약속을 받았거나 그리 될 거란 생각에 빠진 사람들로 인해 투쟁 전선이 교란되고 그 결과 해당 학과의 비정규교수 대량해고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었지요), 여당은 물론이거니와 야당 국회의원들조차 다들 꼬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다행히 절대다수 대학 구성원이 반대하고 있고, 특히 사용자 단체가 아닌 교수단체들 대부분이 시간강사법 시행을 막아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우리 스스로의 노력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시간강사법 시행이 안 될 것이란 착각은 당장 버립시다. 투쟁에 게으른 자가 누릴 권리는 거의 없습니다. 본조에서 분회를 거쳐, 때로는 직접 조합원 여러분께, 시간강사법 시행 저지를 위한 다양한 실천 방법을 제안하고 동참을 요청드릴 것입니다. 문자와 이메일이나 직접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저희의 요청을 그 날 바로 실행하여 주십시오.
홈페이지에 짤막글도 올리고, 집회에도 오시고, 농성도 하고, 하다못해 멘션도 날리고, 문자도 보내고, 피켓팅도 해 주시고, 간단한 의견서도 작성하여 교육부에 내시고, 주변 사람들에게 조합원 여러분이 하고 있는 일 중 간단한 거라도 같이 해 달라 요청해 주십시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건 분열과 회피와 비겁함뿐입니다. 단결하여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 용감하게 싸운다면 우리는 악법 시행 저지를 넘어 조만간 선법 쟁취로 투쟁 구호를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조합원 여러분, 평일에 시간 내는 게 정녕 힘드시면 매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점심이나 저녁을 먹은 뒤에, 잠들기 전에 단 10분씩이라도 시간강사법 시행 저지 활동에 집중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참여가 모이고 또 모이면 그게 강물이 되고 산이 될 것입니다. 노조 간부 몇 명이 이 일을 다 할 수 있을 거라 생각진 말아 주십시오. 현재 인력으론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또한 여러분이 실천하지 않는 한 국회를 상대로 한 협상력은 바닥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노조 지도부의 선도투쟁과 여러분의 광범위한 실천이 결합해야만 희대의 악법, 시간강사법을 막아낼 수 있습니다.
조만간 <투쟁통신>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투쟁의 현장에서 늘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위원장 임순광
2015.10.1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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