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조 성명서]12.12시간강사법 시행 2년 유예법안 발의에 대한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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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구대분회 작성일20-10-10 16:16 조회9,078회 댓글0건본문
12월12일 시간강사법 시행 2년 유예법안 발의에 대한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의 입장
1.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의 시간강사법에 대한 입장은, '시간강사법은 악법이므로 먼저 폐기되어야 하고 올바로 대체입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 제시된 시간강사법의 입법취지 자체는 좋았다. 저임금과 고용불안으로 고통받는 시간강사에게 교원으로서 법적 지위를 부여해 처우개선과 신분안정을 보장한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그 형식과 내용 등 모든 게 문제투성이었다. 강사를 교원에 포함시킨 것까진 괜찮았다. 그러나 바로 그 다음 조항에 각종 차별사항들을 삽입한 탓에 ‘강사 차별법’이자 ‘저임금 비정규교수직 양산법’이 돼버렸다. 심지어 이 법에는 ‘재정추계’조차 없다. 처우개선과 권리보장은 대학 보고 알아서 하라고 돼있다.
강사를 쓰기 싫으면 겸임교수나 초빙교수 등을 써도 된다고 명시함으로써, 한 쪽의 문제가 다른 쪽으로 이전돼 실제로는 개선효과가 없는 풍선효과만 가득하다. 정작 중요한 고등교육재정 확보와 처우개선 가이드라인·지원체계가 빠져 있으니 시간강사들의 삶이 나아질 리 만무하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시간강사 처우를 개선한다는 이 법의 발표 후 시간강사의 처지는 더 나빠졌다. 시간강사법에 따른 강사는 1년 비정규직 저임금 시간제 교수이지만, 시행령과 각종 학칙에 따라 기존의 정규교수가 하던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하도록 강제받을 공산이 크다. 이러한 정규교수직의 비정규직화는 청년대학원생의 미래를 박탈하고, 대학원을 파괴하고, 고등교육의 질을 저하하고, 학문성숙의 가능성을 없애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래서 반대하는 사람이 절대다수인 것이다.
2. 우리는 극소수가 주장하는 '시간강사법 先시행, 後독소조항 개선’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수많은 비정규교수가 대학에서 쫓겨나고 대학이 폐허가 된 뒤에, 실현가능성도 희박한 악법 개선을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함을 넘어 ‘자해적 망상’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우리가 시간강사를 포함한 비정규교수의 교원지위 쟁취를 포기하자는 건 아니다.
강사를 포함한 비정규교수들에게 어떠한 교원지위를 줄 것인지, 그에 수반되는 각종 제도적 장치와 재정적 지원책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 국민들과 소통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자는 것이다. 이 일은 문제를 일으킨 교육부가 아니라 국회가 해야만 한다. 국회에 관련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3. 시간강사법의 핵심 입법취지(비정규교수에게도 교원지위부여, 처우개선, 신분보장)를 출발점으로 삼아 20대 국회에서 가칭) '올바른 비정규교수 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특별위원회(비정규교수특위)'를 2016년에 구성하고 곧바로 가동해야 한다. 이것이 중요하다.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고, 처우개선과 신분보장 관련 예산을 정부와 대학이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국회에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경우 얼마든지 참여할 용의가 있다. 연구강의교수제든 그보다 더 나은 제도든 얼마든지 열린 마음으로 토론하고 배우며 국민들이 납득하고 비정규교수 절대다수가 수용 가능한 올바른 안을 함께 만들어 갈 것이다.
4. 3항과 같은 핵심 내용이 없이 단순히 잠시 유예만 되었을 경우, 몇 가지 우려되는 사항이 있다.
올해 가을에 교육부가 보였던 행태(시간강사법 조차 개악 시도. 예를 들면 계약기간을 1년 미만으로 해도 되도록 예외 조항 신설 및 확대, 강사의 소청심사권 박탈, 임용절차 지나친 간소화로 공개적이고 공정한 선발 기회 미부여 등등의 개악 시도),
대학 당국이 하려 했거나 하고 있는 조치들(겸임교수와 초빙교수로 강사 대체, 강좌 자체 축소, 시간강사에게 다른 곳에 취업해서 와야 강의를 배정하겠다는 압박, 정년트랙 전임교원과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에게 시간강사가 담당하던 강좌 대폭 배정하여 시간강사 대량해고와 전임교원 노동강도 증가 등등)을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개악의 시간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5. 만일 이 법안을 발의한 여당 의원들이 4항과 같은 의도가 없다면, 또한 기존에 시간강사법 시행을 유예시키는 법안을 두 번이나 발의하여 통과시킨 야당 의원들이 현재의 문제투성이 시간강사법 시행을 원하지 않는다면,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국회 상임위에서 3항과 같은 내용을 추가하여 관련 법안을 합의통과 시켜주기 바란다. 시간이 없다.
6. 끝으로, 어떻게든 희대의 악법 시간강사법의 시행을 잠시나마 중단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번 법안을 발의한 여당 의원들의 노고를 잊지 않겠다. 비록 악법 폐기는 못했지만 그동안 두 번이나 시행 유예법을 통과시키는 데 앞장서 온 야당 의원들의 노고 또한 마찬가지이다.
절대 다수가 시간강사법의 시행에 반대한다는 점과 시간이 없다는 점 그리고 여야 모두 합의하여 이 법을 처리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여 불필요한 언쟁없이 빠른 시일내에 국회 교문위와 법사위 및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길 바란다. 비정규교수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하는 것이 국민적 열망에 부응하는 것인지 여야의원들은 잘 알 것이라 믿는다. 결단과 실행을 기대한다.
2015.12.11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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