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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③ - 학문생태계의 붕괴는 공동체의 붕괴를 야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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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구대분회 작성일24-06-07 15:05 조회18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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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비정규교수노조에서는 윤석열 정부 고등교육정책의 제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는 연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연재는 5월부터 <프레시안>과 <대학지성 In&Out>에 동시 게재하고 있으니 조합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③  - 학문생태계의 붕괴는 공동체의 붕괴를 야기한다 -

 

거의 잊혀졌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망치고 있다고 지적하는 대목이 있었다. 인문학에 침을 뱉고, 예술을 모욕하고, 과학을 무시하고 남은 자리에서 투명하게 무식하기로 작정하는 것, 그 투명한 무식 속에 야만적 탐욕을 적나라하게 노출하고도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 행동노선을 반지성주의라고 부른다. 객관적이지도 않고 합리적이지도 못한 두서없는 주장들을 뱀떼처럼 공론장에 풀어놓아 시민들을 당황시키고는, 공동체는 어찌 되든 자기 세력의 이익만 악착같이 쫓는 사람들이 의지하는 것이 반지성주의다. 

 

후보 시절에 공학이나 자연과학을 공부하면서도 병행할 수 있는 인문학에 많은 학생들이 대학4년과 대학원까지 공부할 필요는 없다는 발언으로 비판 받았으면서도 제대로 해명하지 않았던지라, 취임사에서 반지성주의를 겨누는 대목의 지성적 의미를 대통령 자신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이 들기는 했지만, 적어도 이번 정부가 지성의 추구를 아주 외면하는 방향으로 향하지는 않기로 한 것이 아닐까 하는 기대를 조금 갖기는 했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이 지나자 당초 매우 희박했던 기대는 기억조차 어려울 만큼 희미해졌으며, 오히려 정부의 반지성적 고등교육 정책을 날마다 새삼 경악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지성은 오랜 시간 우리 공동체가 읽고 쓰면서 누적시켜 온 문명의 지층 위에 서 있다. 가르치고 배우는 측면에서 보면 교육이고 누적하여 발전시키는 측면에서 보면 연구일 뿐, 교육의 지성과 연구의 지성을 분리할 수는 없다. 21세기 우리 문명은 시민들의 보편 교육을 지향하고 있으며, 기관에서 교육을 전담할 것을 전제로 유치원에서 초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이르는 공교육 프로그램이 짜여 있다. 교육받은 시민의 일부가 다양한 학문을 재생산하는 연구를 하지 않으면 인드라망처럼 얽히고설킨 지성의 구슬들은 빛을 잃고 조잡한 장식품으로 전락할 것이고, 조잡한 연구로 인해 교육이 실패하면 반지성주의가 거침없이 시민들을 사로잡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요즘 대학들은 뻔히 예견되어 왔으면서도 역대 정부에서 거의 손 놓고 있던 바로 그 문제에 닥쳐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배울 학생이 부족한 대학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OECD 평균 고등교육 예산에 한참 못 미치는 재원을 배분하며 콩나물 시루와 같은 부끄러운 수준의 대학 교육을 방치하고 있던 대한민국에서, 이번 정부는 아예 이참에 감축과 폐교를 통해 문제를 해소하려 하고 있다. “대학 설립 운영 규정” 개정을 통해 대학의 재단이 큰 손해 없이 폐교를 결정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놓기도 하였는데, 대학 간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수 있는 “글로컬30 사업” 위에, 학문 분야 간 구조조정을 수행하는 “무전공 입학” 제도까지 도입한다면, 정부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 규모의 고등교육 축소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해당 학문 분야의 연구력을 유지하기만 해도 나중에 고등교육에 대한 회복 탄력성을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겠지만, 올해 국가 R&D 예산은 작년에 비해 14.7% 가량 삭감되어 전방위적으로 다양한 학문 분야의 연구가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는 중이라 보장할 수 없다. 교육과 연구는 한 번 침체되고 붕괴되면 회복되기까지 매우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고 현재의 대학과 학문 체제가 완벽한 것도 아니며, 언제까지나 현상을 유지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세분화한 분과 체제의 혁신이라든가, 문이과 구별의 기형적 장벽의 철폐라든가, 전임교원과 비정규직교수 간의 비인간적 차별의 타파라든가, 수도권-지방 및 공립-사립의 재앙적 격차의 해소와 같이 개혁이 시급한 부분은 사방에 널려 있다. 게다가 지금처럼 위기를 맞이한 시점이 대학 체제 변혁을 위한 가장 적절한 시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과 학문 분야별 교육자원과 연구자원을 어떠한 형태의 새로운 체제로 옮겨 담을지, 어떻게 손실 없이 정리하고 계승할지에 대한 아무런 논의와 계획도 없이, 무조건 국가 재정 투입을 회피하기 위해 교육과 연구의 규모만 축소하면서 이번 기회를 날리기로 작정하는 것은 변혁이 아니라 붕괴를 스스로 불러들이는 일이 될 것이다. 

 

마오쩌둥이 인민들의 소중한 농작물에 피해를 끼치는 참새를 박멸하자는 캠페인을 성공시키자, 참새를 천적으로 하는 메뚜기떼가 창궐했고, 메뚜기떼는 들판의 농작물을 다 먹어치웠으며, 1958년부터 몇 년 간 삼천만 명이 넘는 중국인들이 굶어죽는 결과가 빚어졌다. 생물종 하나하나가 생태계에서 서로 긴밀히 영향을 주고받으며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예로 흔히 거론되는 중국의 제해운동(除害運動)이었다. 학문 분야도 각기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래서 학문 생태계와 같은 비유적 표현을 쓰면서, 학문 종다양성을 통해 학문 지속가능성을 추구해야 함을 역설하기도 한다. 

 

정원 미달로 인한 지방 대학의 위기를 방치하여 폐교로 몰아넣고, 취업에 유리하지 않아 보이는 학문 분야에 학생 외면을 조성하여 폐과로 유도하고, 연구조차 단절되도록 R&D 예산을 축소하는 것은 종다양성을 파괴하여 지속가능성의 기반을 말살하는 일이다. R&D 예산 축소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뜬금없이 500억 원이 넘는 연구사업에 시행하던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였는데, 이것은 또 붕괴되어가는 학문생태계에 초대형 약탈자만 풀어놓는 셈이다. 일부러 기획하고 망치려고 작정해도 나오기 쉽지 않을 정책들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어느 지역의 대학이 폐교하고 어느 소수 학문 분야가 폐지되면, 서로 의지하고 있던 그물망 어디가 끊어져 어느 방향으로 도미노가 쓰러질지 알 수 없으며, 그리하여 어떤 폐단이 세상을 덮을지 아직 우리는 제대로 검토하고 논의한 바 없다. 아무런 사회적 합의도 없이 고등교육의 축소를 결정지은 정부가 앞세우는 것은 건전 재정이다. 선진국 반열에 진입하여 충분한 예산 능력을 갖춘 국가의 정부가 고등교육과 연구 예산에 인색하면서 더 잘 사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어불성설이지만, 지성의 기반이 되는 교육과 연구를 붕괴시킨 뒤에 만의 하나 잘 사는 나라가 된다고 한들 그 나라에 도대체 무슨 가치가 있을 것인가. 공동체는 가치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는 순간 무너지고, 그곳의 시민들은 잘 살기는커녕 살아있기도 어려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필요 없고 잘 살아보세만 외치는 행태를 우리는 반지성주의라고 부른다.

 

김진균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대외협력위원장

출처 : 대학지성 In&Out(http://www.uni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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