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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② - 전공자율선택제의 모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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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구대분회 작성일24-06-07 15:04 조회1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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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비정규교수노조에서는 윤석열 정부 고등교육정책의 제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는 연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연재는 5월부터 <프레시안>과 <대학지성 In&Out>에 동시 게재하고 있으니 조합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②  - 전공자율선택제의 모순 -

 

2024년 3월 교육부는 전공자율선택제(무전공제, 무전공・무학과 등)에 대한 내용을 발표했다. 전공자율선택제란 무전공, 자유전공 등의 모집으로 입학하여 1년 동안 전공을 탐색 후 2학년부터 대학 내 모든 전공을 자율적으로 선택하거나, 계열 또는 단과대 내에서 전공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며, 학과 정원의 150% 이상 범위 내 선택을 보장하는 제도라고 한다. 교육부가 내세우는 전공자율선택제의 목적을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 첫째 학생의 전공 선택권 확대, 둘째 사회·산업 수요 변화에 따른 인재 양성, 셋째 미래 사회에 필요한 새로운 정보를 응용·활용할 수 있는 핵심 역량에 적합한 창의·융합 인재 양성이다. 

 

대학들이 입학 방식을 바꾸고 편제를 조정하면, 학생은 인기 학과에만 집중될 것이고 결국 인기가 없는 기초학문은 고사할 것이기 때문에 많은 연구자가 걱정하고 있다. 특히 지방 대학의 상황은 더욱 심각할 것이라는 예측은 삼척동자도 할 수 있다. 교육부도 이러한 결과를 예측 못할 리는 없다. 그렇게 바보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교육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정책을 펴는 이유는 저출생,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지방이 소멸하고 지방 교육이 붕괴되는 책임을 지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 발전의 디딤돌이 되는 장기적인 교육 방향의 부재를 책임질 수 없어서 일 것이다. 이러한 추측의 근거는 현 정부, 교육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을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개별 대학에, 또는 대학끼리 경쟁으로, 심지어 학생의 몫으로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의 전공 선택권 보장이란 참으로 이상적이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무전공제를 운영하는 대학에서 무전공으로 입학한 학생의 73%가 대학 내 상위 3개 학과를 선택하였다. 이러한 추세라면 몇 년 이내 대학의 기초학문 영역은 영영 사라질 것이다. 이후 기초학문을 선택하고자 하는 학생의 선택권은 보장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러한 상황을 염려하여 대학 스스로 기초학문에 한두 명의 교수라도 배치하고 전공을 유지하도록 할 가능성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이주호 장관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MIT나 스탠퍼드는 100% 학생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지만 순수학문이 고사할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학문 고사는 연구에 대해 지원해주면 된다는 식으로 언급했다. 즉 순수학문, 기초학문에 대한 고사 위험은 지원금으로 메꾸겠다는 인식으로 보인다. 그런데 교육부가 줄기차게 목표로 하는 미래형 창의 융합적 인재는 기초학문에 광범위한 지원이나 계획 없이 키워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는 ‘자율’이란 말로 전공 통폐합을 유도하며 저출생에 따른 장기적 교육 전환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교육부의 정책은 하나같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전공자율선택제를 통해 학생의 전공 선택권을 확대하여 융합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한다. 융합이란 둘 이상을 섞어서 조화롭게 하나로 합한다는 의미인데, 전공제든, 전공자율선택제든 결국은 하나의 전공을 선택한다. 융합이란 의미에 걸맞은 제도라면 오히려 부전공이나 복수전공 제도가 더 적합하다. 그렇기에 전공자율선택제의 본질은 대학 내 전공에 대한 구조조정일 뿐이고, 그것도 사회, 산업계의 수요라는 관점(자본이라는 관점)의 구조조정일 뿐이다. 글로컬30이 대학 간의 구조조정 수단이라면 전공자율선택제는 전공, 계열 간 구조조정의 수단이다. 교육부가 이를 대학 ‘자율’로 수행하도록 인센티브로 조종하고 있다. 대학은 그런 인센티브를 뿌리칠 수 없고, 특히 신입생 감소를 체감하는 지방 대학은 얼마라도 받기 위해 목을 맬 수밖에 없다. 

 

미래 사회의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 우선 융합 교육에 전환이 절실하다. 융합형 인재는 통합, 융합된 지식만을 가르침으로써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기초학문을 바탕으로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여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방식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플라톤은 이미 기원전 380년부터 융합적 사고에 대한 교육을 고민했다고 할 수 있다. 플라톤에 따르면 통치자가 되기 위해서 청년기에는 시가와 체육 바탕의 품성교육과 수학, 기하학, 천문학, 선법 연구 등의 지식 교육, 전쟁 참관 교육을 받아야 한다. 성년기에는 설명이나 논증을 이어갈 수 있는 능력을 위해 20세부터 30세까지, 이전에 교육받은 학과들을 결합하고, 본질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훈련을 받는다. 이후 30세부터 35세까지 집중적으로 변증술 교육에 집중하고, 50세까지 15년간 실무교육을 받고, 50세부터 좋음의 이데아를 보도록 교육받아야 한다. 

 

플라톤의 ‘철인’이야 말로 융합형 인재의 전형이 아닌가? 이야말로 진정한 융합형 인재를 키우는 방식이 아니겠는가?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부의 장기적 플랜과 방향 전환도 필수지만, 대학도 냉정하게 유불리를 따져야 할 시점이다.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 앞에 생존이 급선무지만, 대학이 고등교육기관으로의 역할을 모두 포기하고 연구를 위한 제반 여건을 황폐하게 만든다면, 상황이 바뀌었을 때 다시 회복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질 것이다. 물론 출생아는 점점 감소하여 예전의 학령인구를 회복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잘못된 정책은 중단될 것이고, 국가 발전을 위해 교육 정책이 바뀔 것이라는 희망으로 대학이 자체적으로 조금 더 버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런 희망을 품는 것이 허황된 꿈은 아닐테니까.

 

남중섭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부위원장

출처 : 대학지성 In&Out(http://www.uni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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