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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막대한 재정부담” 핑계로 ‘시간강사 대량해고’ 합리화하는 대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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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구대분회 작성일20-11-05 21:23 조회6,47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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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재정부담” 핑계로 ‘시간강사 대량해고’ 합리화하는 대학들

 

 

[강사법 8월 시행 앞두고 시간강사 구조조정중]


겸임·초빙 교수 강의 늘리며

시간강사 6년새 3만6000명 감원

이번엔 ‘강사법’ 빌미 대량해고 위협

대학들 “3000억 추가 부담” 주장하나

방학중 임금·4대보험 최대치 계산

교육부 지원예산 등 감안 안해

‘재정부담’ 주장 설득력 떨어져

“강사 정규직화 법” 주장도 오해

‘3년간 재임용’ 돼도 채용절차 거쳐야

대학 구조조정 교육 질 저하 불보듯

해마다 이맘때는 대학강사들이 한창 1학기 강의계획서를 등록하느라 여념이 없을 시기다. 그러나 올해는 아직까지도 강의 배정이 끝나지 않은 대학이 수두룩하다. 대학 강사들의 신분 보장과 처우 개선 등을 담은 이른바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이 올해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인데, 대학들이 법 시행 전 마지막 학기를 앞둔 이때에 강사 수를 최대한 줄이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대량해고’(강사에게 강의를 주지 않는 것을 해고에 빗댄 것) 위협이다. 현장에서는 ‘무리한 강사법 시행이 대량해고를 불렀다’는 목소리와 ‘교육 공공성을 팽개친 대학의 꼼수가 문제’라는 목소리가 엇갈린다.

‘강사제도개선과 대학연구교육 공공성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강사 공대위) 회원들이 16일 오후 세종시 교육부 청사 앞에서 강사법을 회피하려는 대학의 ‘꼼수’를 규탄하고 강사법 안착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다양한 대학 단체들이 모인 이 기구는 이날부터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강사 공대위 제공



■ 팩트체크 1 : 강사 ‘대량해고’ 위협은 사실인가? →그렇다

성균관대에서 교양강의(예술사) 한 과목을 맡아온 시간강사 조이한(53)씨는 이번 학기를 앞두고 학교로부터 “시간강사가 아닌 초빙교수로 전환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원래 초빙교수는 특수한 교과를 가르치는 교원이다. 조씨는 실제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이를 거절했다. 그 뒤 대학은 강의 배정을 할 수 없다고 알려왔다. 경기대에서 외국인 대상 교양강의를 맡아온 김어진(50)씨는 새 학기가 다가오는데도 아무 연락이 없어 대학 쪽에 문의했다가 “시간강사는 더 이상 고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 학교는 이번에 외국인 전용 교양강의를 모두 폐강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강사법 국회 통과 전후로 대학들의 강사 채용 축소 계획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고, 반발 여론에 따라 일부 대학은 이를 철회했다. 그러나 강사들은 여전히 대학들이 ‘강사법 시행 전에 최대한 강사 수를 줄여놓자’는 목표로 조용히 강사들을 잘라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전임교원 강의시간 늘리기, 대형·사이버 강의 도입, 교양과목 축소, 졸업이수학점 축소 등 그 방법도 대동소이하다. ‘강사제도개선과 대학연구교육 공공성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대구대, 대구가톨릭대, 동아대 등이 이미 100~300명의 강사를 해고한다고 통보했고 가천대, 신라대, 고신대 등도 강사를 겸임교원으로 대체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른 대학들도 ‘대량해고’를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학들이 갑자기 ‘강사 수 줄이기’에 나선 것은 아니다. 연도별 교원 및 시간강사 변화 추이를 보면, 2011년 11만2087명이던 시간강사는 2017년 7만6164명으로 줄어들었다. 대신 같은 기간 전임교원(8만2190명→9만902명)과 겸임·초빙 외의 비전임교원인 ‘기타 비전임’(1만7461명→3만459명)이 늘었다(그래프 참고).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한 대학 평가에서 ‘전임교원 확보율’ ‘전임교원 강의 담당 비율’ 같은 지표가 중요해지면서, 대학들이 ‘비정규직 교수’라 할 수 있는 ‘비정년 트랙’ 위주로 전임교원을 확보해 이들에게 주로 강의를 맡겨온 결과다. 석좌·명예·대우·객원·강의·예우·교환·특임 등 다양한 이름의 비전임교원들도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꾸준히 시간강사의 자리를 대체해왔다. 이런 흐름을 종합해볼 때, 이번 ‘대량해고’ 위협은 지난 10여년 동안 꾸준히 진행된 대학 구조조정의 연장선에 있다.

■ 팩트체크 2 : 강사법 시행에 따라 대학들은 막대한 재정 부담을 지는가? →그렇지 않다

대학들은 강사법 시행으로 최대 3천억원에 이르는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며 10여년째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인다. 과연 강사법 시행으로 추가되는 비용은 어느 정도일까?

가장 명확한 비용 발생 요인은 법에도 명시된 ‘방학 중 임금’이다. ‘구체적인 사항은 임용계약으로 정하기 때문에’ 방학 중 임금에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긴 어렵다. 2018년 연간 총강의료는 4616억원(8개월치)이다. 방학 기간 전체인 4개월에 이 임금을 적용하면 2308억원, 1개월치에 해당하는 임금만 적용하면 577억원이 추가 비용으로 발생할 것이다. 강사법은 교원 지위 회복을 통해 강사들도 퇴직금과 4대보험 적용을 받을 길을 열었다. 다만 법이 시행된다고 자동으로 집행되는 비용은 아니다. 강사들의 소정 근로시간은 주당 15시간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보험 직장 가입, 퇴직금 지급 등을 위해선 관련 법 개정 등 추가 조처가 필요하다. 산재보험, 고용보험, 국민연금 등은 이미 적용받는 경우도 있다. ‘3천억원’은 방학 중 임금을 4개월치로 잡은 뒤 퇴직금, 4대보험료 등이 모두 새롭게 발생한다고 보고 추정한 수치다. 방학 중 임금을 1개월치로 잡고 퇴직금과 4대보험료를 더하면, 이 금액은 1488억원 정도가 된다.

그러나 전부 대학의 부담도 아니다. 교육부는 강사법 안착을 위해 올해 강사 처우 개선 예산 288억원(사립대 217억원, 국립대 71억원)을 배정했다. 2학기부터 법이 시행되므로, 방학 중 임금을 1개월치로 계산한 전체 비용 577억원을 절반으로 나눈 것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대학의 추가 재정 부담이 ‘막대하다’고 보긴 어렵다. 4년제 사립대의 2017년 한해 수입이 24조원, 지출이 18조원인데 강의료 총액은 3618억원 정도다. 이 가운데 시간강사 강의료는 2221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 팩트체크 3 : 강사법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법인가? →그렇지 않다

일각에서는 강사법 시행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따른 폐해가 나타날 것을 우려한다. ‘정규직화’(무기계약직화) 대상이 된 소수 강사만 대학에 자리 잡는 혜택을 입을 뿐 그렇지 못한 대다수 강사가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주장이다. 강사법에 명시된 ‘3년 동안 재임용 절차 보장’를 두고 이런 주장을 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강사법 합의안을 만들면서 ‘3년 동안 재임용 절차 보장’ 문구를 넣자고 주장한 건 강사 쪽이 아니라 되레 대학 쪽이었다. ‘1년 단위로 계약’ 정도로만 명시하면 강사들이 ‘갱신 기대권’을 앞세워 무기계약직처럼 해마다 재계약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강사법에 따르면, 3년 동안 재임용이 됐더라도 3년이 지나면 도로 신규 계약 대상이 되어 공개채용에 다시 지원해야 한다. 사실상 3년 이상을 보장받기 어려워 ‘정규직화’와는 거리가 멀다.

강사법은 비정규직에 머무는 강사들의 현실을 인정하되, 그 범주 안에서 최소한의 신분 보장과 처우 개선을 꾀하는 쪽에 가깝다. 강사-대학-교육부 세 주체가 “강사의 교수시간은 ‘매주 6시간 이하’를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에 합의하고, 이를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담기로 한 조처가 대표적이다. 대학 1~2곳에서 강의 1~2개를 맡는 강사가 대다수인데, 이런 현실을 도외시한 채 강사들을 한 대학에 소속되게 하거나 한 강사가 맡을 수 있는 강의 수를 늘려버리면 다수 강사가 강의를 잃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전체 시간강사 가운데 6시간 미만의 강의를 하는 강사가 82.5%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한 강사는 “엄청난 혜택이 있는 것처럼 난리들을 치지만, 막상 내용을 보면 정말 쥐꼬리만큼의 처우 개선이 전부”라고 말했다.

■ 팩트체크 4 : 대학의 강사법 회피, 고등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나? →그렇다

강사법이 사회적인 주목을 받는 이유는 단지 강사들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강사법은 현재 ‘대학의 기업화’ 일변도로 달려온 우리나라 고등교육 체계의 전반적 변화와 맞물려 있다. 당장 전임교원 강의 늘리기, 겸임·초빙 교원 확대, 대형·사이버 강의 조성, 졸업이수학점 축소 등 대학이 실행에 옮기고 있는 작업은, ‘강사 수 줄이기’라는 인건비 절감뿐 아니라 고등교육의 공공성 약화와도 연관된다. 강의 수가 줄어들면 학생들의 수업 선택권이 침해받고, 강의가 대형화되면 수업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각 대학 총학생회는 강사법을 안착시키기 위한 연대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이는 교육의 질 하락과 교육권 침해 우려와 직결된다.

대학의 강사법 회피는 학생들뿐 아니라 전임교원, 비정년 트랙, 기타 비전임교원 등 대학 내 다른 구성원들의 삶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전임교원은 책임 강의 시수를 훌쩍 넘겨 교양강의까지 맡아야 하는 등 갈수록 무거운 노동 강도에 노출된다. 비정년 트랙 교원은 또 다른 ‘비정규직 교수’로서 대학의 요구에 따라 열악한 처우에서 놓여나기 힘들다.

최근 대학 사회 일각에서는 “강사법이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며 ‘대량해고’의 책임을 강사법에 돌리기도 한다. 그러나 고등교육 체계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한 일의 책임을 강사법에 묻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와 반대로 “강사법 시행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대학 구조조정을 막고 교육 공공성을 회복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종합해보면, 현재의 강사 ‘대량해고’가 강사법 시행으로 불가피하게 일어난 사태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량해고’의 격랑 속에서도 여론과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에 부닥쳐 구조조정 계획을 거둬들인 대학들도 있고, 경북대·부산대처럼 대학과 강사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합의한 경우도 있다. 상지대·성신여대 등은 “강사 ‘대량해고’는 없다”는 취지의 선언을 했고 평택대는 더 나아가 ‘강사법 시행 준비단’을 발족시켰다. 국립대가 사립대보다, 노조가 있는 학교가 없는 학교보다, 학내 민주화가 진척된 학교가 그러지 못한 학교보다, 구성원들의 반발이 있는 학교가 없는 학교보다 ‘대량해고’의 압력이 적다.

무엇보다 정부의 구실이 막중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가 어떤 정책을 펴느냐에 따라 대학들은 ‘대량해고’를 선택할 수도, ‘강사법 안착’을 선택할 수도 있다. 현재 법만 덩그러니 통과된 상황에서 비롯한 혼란을 막기 위해, 교육부가 ‘대량해고’ 관련 현장 점검,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추가경정예산 확보 등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교육부는 이달 초 대학혁신지원사업에 ‘강사 고용 안정’을 성과 지표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대학별 2019년 시간강사 현황 조사에 착수했고, 이달 안에 고등교육법 시행령 입법예고를 한다는 계획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28&aid=0002440138&sid1=001

 

 

2019.01.1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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