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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학문후속세대 ‘강사’에게 ‘연구안전망’을! / 박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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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구대분회 작성일20-11-05 20:52 조회6,14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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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현

대학 강사(사회학) 


오랜 진통 끝에 새로운 강사법이 11월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미 법 통과 이전부터 대학들은 각양각색의 구조조정을 계획해왔다. 전임교수 강의시수를 늘리거나 건강보험료를 아낄 수 있는 겸임교수 채용하기, 졸업 이수학점 축소와 과목 줄이기, 두 강좌를 한 강좌로 합쳐 초대형 강좌로 만들기, 사이버강좌 만들기 등등. 이런 조처들의 근거는 교육과 연구의 질이 아니라 ‘돈이 없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어떤 대학의 보직자는 편의점주처럼 대학도 강사를 자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학이 자영업자인가? 그런데 과연 대학에 돈을 주면 문제가 해결될까? 돈이 생기면 대학들은 그 돈을 강사들을 위해 쓸까?

 

 

강사법은 워낙 그간 강사들의 열악한 현실 때문에 진행된 것이라 대부분 논의의 초점이 강사들의 ‘처우 개선’에 놓여왔다. 하지만 강사법이 강사들의 생존만을 위한 것인가? 그저 시혜적 복지일 뿐인가? 최근 한양대 전임교수들의 성명서는 강사가 ‘학문후속세대’라는 중요한 지점을 부각시켰다. 강사법을 빌미로 한 대학들의 구조조정 계획이 폭로되면서 학문후속세대인 강사를 ‘쓰다 버리는 존재’로 여긴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강사법 사태는 학문후속세대의 암울한 미래를 징후적으로 보여주었다.

 

 

우리는 강사가 학문후속세대 ‘연구자’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딱하니 도와주어야 한다는 시선이 의미가 없지는 않지만 중대한 한계가 있다. 인문사회과학, 특히 기초학문 연구자들 중 잘 먹고 잘 살고자 연구하는 강사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심지어 경제적으로 더 열악한 대학 밖 비제도권에서 가치있는 연구를 하고자 하는, 젊고 패기 넘치는 연구자들이 정말 많다. 다만 연구를 위해서는 연구자가 먹고살 수 있어야 한다. ‘연구안전망’이라고나 할까? 학문장에서 사회안전망이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연구를 위해서이다.

 

 

하지만 한국 지식사회는 연구의 자원을 국외 박사나 전임교수들에게 너무나 일방적으로 배분해왔다. 대학 내 만연한 갑질 문제도 이러한 환경에서 배양되는 것 아닌가. 연구 수행에서의 기회의 불평등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개선해야 한다. 연구자원의 일방적 배분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학령인구마저 급감하고 있다. 전임교수가 되는 학문후속세대 연구자 비율은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이다. 학문후속세대로 살다 ‘환갑’을 맞이할까 두려워하는 이들이 많다.

 

 

해외 박사가 아닌 국내 박사이자 기초학문을 연구하는 필자는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 전임교수가 되지 않아도 생존과 연구를 지속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번 강사법이 학문후속세대의 연구와 생존을 위해 보탬이 되는지를 토론해야 한다. 잘 안 알려져 있지만 새 강사법에는 건강보험료, 방학 중 임금, 퇴직금뿐 아니라, 연구공간 제공 등 교원에 준하는 학교시설 이용 권한에 대한 규정도 포함돼 있다. 명절 상여금, 휴가비, 대학시설 이용 차별 금지 규정도 있다. 이 모든 것은 ‘교원’이라는 신분 전환에 기초해서 가능한 것들이다.

 

 

결국 강사의 연구자이자 ‘교원’으로서의 신분을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강사들도 이제 자신이 소속된 대학을 통해 연구 책임자로서 연구 과제를 신청하고 능동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강사가 교원이 된다고 대학이 손해만 보는 것도 결코 아니다. 대학은 강사 개인이 원하면 강사들의 연구 업적을 학교 실적에 반영해 대학평가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강사법이 완전하지는 않기 때문에 강사를 연구자로 육성하는 데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대학이 돈을 받아서 강사비를 주느니 차라리 교육부에서 직접 강사들에게 주는 게 낫다.

 

 

덧붙여 또 하나의 ‘연구안전망’으로 기초학문 연구기관이나 교육기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초 인문학·사회과학 연구소라든가 평생교육기관 등에 학문후속세대의 연구와 교육 공간이 펼쳐지면 학령인구 감소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듯이 국내 기초학문 박사를 중심으로 ‘국가박사제’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현재 연구재단의 연구사업에서 인문사회분야 예산은 5% 정도에 불과하다. 여기도 자원배분의 양극화가 드러난다. 인문사회분야 예산을 증액하고 그중 학문후속세대 예산을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 향후 대학들이 신규 강사를 채용할 때에는 10~20% 정도는 학문후속세대 쿼터제를 도입해야 한다. 국가의 기초학문 책임이라는 당위하에 학문후속세대의 연구안전망을 구축한다는 큰 그림 속에서 자리해야 새 강사법은 대학과 학문 발전의 의미 있는 출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872865.html#csidxb5c1f2989af79a28f9919d7f0a1a36b 

 

 

 

 

2018.12.05 11:39onebyone.gif?action_id=b5c1f2989af79a28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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